칼 가는 사람



이월란(09/04/27)




자고나면 뾰족이 뾰족이 칼을 갈아야 하는 사람이 있었다
그래서 세상의 둥근 해도 그에겐 뾰족이 솟았고
그의 아침은 눈을 찌르듯 뾰조록이 밝아왔다
꽃이 피어도 뾰족하게도 아픈 꽃이 피어
꽃잎들은 방향 없이도 날을 세웠다


칼을 아무리 갈고 또 갈아도 세상은 베어지지가 않아
그는 자기의 칼이 무디어지는 줄 알고
자신을 베어도 보았다
세상이 자꾸만 단단해지는 것 같아
칼을 갈 때마다 가슴을 베어보고
심장을 베어보고


그렇게 날선 칼을 시험해 보며
자꾸만 그어대는 살점이 이제 아프지도 않게 되었을 때
어느 날
꿈처럼 세상이 두 쪽이 났다
그의 가슴과 심장이 더 이상 피를 흘릴 수 없게 되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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