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끝을 굴려라

                                           조옥동

붉은 입술을 에둘러
이리저리 세치의 새빨간 혀끝 밀고 당겨 여닫는  
작은 대문에 매달린 잠글 쇄 허약해 부서지고
튕겨난 말들이
누각에 올라 세상을 향해 배설을 하면
천둥 번개 내려 쳐 홍수 질 가 두렵다
나와 너의
혀끝이 굴러 간다
말꼬리 잡히어 허둥대는 모습을
물끄러미 내려 보는 하늘은
눈감고 귀 막아도 편치 않아
투명한 가슴에 큰 불덩이 날마다
하나씩 불붙여
시간을 태운다

화산의 입으로 용암이 흐른다
언어의 강이 끓어 넘친다
불이 불을 삼키고
끝에는 식어버릴 불덩이들
굴려라 혀끝을 돌돌
말아 멀리 멀리 돌팔매 치게

뼈는 삭아지고 살은 흙이 된 무덤 위에
뭇 별들 내려와
살아서 숨 쉬는
몇 개의 언어를 줍는다, 채집한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859 글을 쓴다는 것2 백남규 2009.05.14 54
6858 글을 쓴다는 것 백남규 2009.05.14 54
6857 천지별곡(天地別曲) 정용진 2010.10.10 77
6856 천년의 약속 박정순 2010.02.15 65
6855 덤을 위한 노래 윤석훈 2009.12.08 57
6854 머나먼 고향 땅 최상준 2009.12.08 62
6853 똑딱 똑딱 초 소리 최상준 2009.12.08 54
6852 思母曲 강성재 2009.05.13 41
6851 길-묵상- 박정순 2009.05.13 24
6850 그녀는 동거 중------------------유타 이월란 2009.05.12 48
6849 나는 나를 통역한다 이월란 2009.05.12 54
6848 연인 이월란 2009.05.12 30
6847 시가 말을 건다 이월란 2009.05.12 60
6846 영화'기적'을 본 후 이영숙 2009.05.12 61
6845 꿈과 현실 오영근 2009.05.10 50
» 혀끝을 굴려라(문학산책 2008) 조만연.조옥동 2009.05.10 48
6843 쉼표 윤석훈 2009.05.05 47
6842 모닥불 1 /축제 윤석훈 2009.05.05 46
6841 한 뼘의 힘 윤석훈 2009.05.05 34
6840 불경기 성백군 2009.05.04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