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것2

2009.05.14 19:21

백남규 조회 수:54

상중하이론이라고도 하는데, 위로의 초월,옆으로의 초월,아래로의 초월이라고도 부릅니다. 위로 올라가기는 철학과 형이상학,종교의 길입니다. 현실에서 받은 고통을 현실에서 해결하지 못하고-마음,정신,영혼의 차원을 달리해서 문제를 해소해 보려는 노력이지요. 잘못 올라가면 헛되고 헛되고 헛되도다로 요약되는 허무주의로 빠지기 쉬운 길이지요. 옆으로의 길은 현실에서 해결해보자는 노력입니다. 돈 때문에 가슴이 멍들었다면 돈을 벌자는 것입니다.칠전팔기의 길,오뚜기의 길입니다. 넘어지면 일어나고 자빠져도 또 일어나 돈을 벌자는 것이지요.성공과 실패는 하늘에 맡기고 와신상담 온 힘을 다하여 현실에서 잘 살아보자는 것-의지의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래로의 길은 말 그대로 아래로 추락하기- 의지를 가지고 아래로 내려가기란 생각보다 쉬운 것이 아닙니다.타락하기에도 급수가 있지요. 어느 수준을 넘어 내려가기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물론  위로 올라가기가 제일 어렵지요. 지구 중력이 아래로 잡아 당기기 때문에 정상 정복이 정말 어렵습니다.

제가 택한 길은 위로 가기 중에서도 문학적인 글쓰기입니다. 글로 썼다고 해서 상처가 씻은듯이 낫는 건 물론 아닙니다. 설익은 종교가가 도사인 양'모든 것이 헛되고 헛되고 헛되도다.' 중얼거려봐도 세속의 사람들은 여전히 부귀영화를 좋아하는 성향을 버리지 못하듯이, 그러나 원망고 분노는 어느 정도 가라앉힐 수 있습니다. 차분히 뒤돌아보면 앞으로의 길도 희미하게 보일 때도 있지요.인간은 언어를 사용하는 동물입니다. 언어에는  영혼이 깃들어 있지요. 감정도 물들어 있지요. 멍든 가슴속의 말이 다른 가슴속을 거쳐서 돌아 나오면 타인과의 교감도 가능합니다. 인간이 고독을 벗어날 수 있는 진정한 길이지요.또한 찟겨진 가슴속의 말이 가슴을 지나 입을 거쳐 밖으로 나오면 선혈같은 증오도 희미한 사랑으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나에게 있어서 글쓰기는 가빠진 숨을 고르고 헐떡거림을 달래는 것, 그리고 그것은 타인에게 다가가는 길이기도 합니다.타인과의 교감만이 세상살이의 진정한 기쁨이기에 글쓰기는 참으로 좋은  타인과의 결합의 수단이기도 합니다.

  글마루,200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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