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 거

2009.05.17 07:04

이영숙 조회 수:36

동 거


방문 꼭꼭 잠그고
한동안 비웠다 돌아오니
여기저기 거미들이 세를 들었다

어디에 숨어있었을까
그 동안은

나 없는 것 어찌 알아
구석구석 세간을 놓고도
돌아올 줄은 또 어떻게 알고
눈 딱 감고 한줌 쥐어주듯
엉덩이 붙일 자리 조금은 남겨 놓았네

열병으로 몸살 앓던 그 흔적까지
모두 들쳐 메고
멀리 날아가
이제는 다 버린 줄 알았는데
어느 틈에 슬며시 나타나
온 방 구석 돌며
시커먼 몸으로 한없이 한없이
기억의 실타래를 풀어낸다

잊은 것이 아니라
숨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