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숨어서 울음 운다 / 박영숙(영)


쪽진머리
하햫게 세월을 이고서 단정히 앉아
할머니는 바느질을 하다 말고
중얼중얼 방 안이 터질듯이
어깨의 들썩임으로 채워가고 있었다

어머니가 할머니 나이쯤 되었을 때
비탈진 산 기슭에 밭을 일구다 말고
흙위에 쓰러질듯 두 다리를 뻗고 앉아
쓸쓸하고, 한스럽고
허무하고 아쉬운 눈에 이슬을 머금고
구만리 창곡속 먼~하늘가를 헤매고 이었다

아~보고싶다 가난했지만
가슴뿐이었던
내 어머니가 보고싶다
어느덧 나 이제 어머니 나이가 되어서
텃밭에서 잡초를 뽑다 말고
흐르는 눈물을 멈출수가 없어서
하늘을 가로 질러 어머니를 불러본다

딸에서 어머니가 되고
할머니가 되어도
세상의 모든 여자는
숨어서
울음 울면서
어머니를 그리워 하는데

먼~훗날 언젠가 내 딸이
지금의 내 나이쯤 되었을때
강물이 흘러가는 어느 강가의 숲 속
공원 벤치에 홀로 앉아 ‘시’를 읽다 말고
피묻은
그리움에 우는 날이 있을까

“영혼의 입맞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