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한 켤레

2009.07.06 06:36

한길수 조회 수:48


고양이 지붕 밟는 소리만큼 열린
물끄러미 들여다보는 신발장 안
가는 숨소리 내쉬는 구두 한 켤레
너와 함께 한 날이 며칠이었는지
후배 K의 아버지 칠순잔치하고
고향 아저씨 장례식장 다녀오고
시인이랍시고 한두 번 문학모임에
얼굴대신 발 도장 찍었을 뿐인데
저만치 뒹구는 시간이 멀어져간다
물 내리면 고일 윤기 없는 얼굴
세수 못하고 크림 한번 못 바른
잘못 시집와 투정 늘어난 아내 같다
남달리 넓은 볼로 한 켤레 고르고
사뿐하게 통과한 국제공항 검색대
곱던 새색시 같던 만남도 있었는데
굽 가는 돈이면 새 구두 사는 요즘
모처럼 시내 나가 파마한 아내가
내 곁에 있어 오래도록 벗인 것처럼  
변변치 않은 내 가는 길 함께 한 너
날 잡아 시내 구둣방 한번 가야겠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구두 한 켤레 한길수 2009.07.06 48
7058 두 세상의 차이 박성춘 2009.07.05 57
7057 피라미드-4행시 지희선 2009.07.05 46
7056 <font color=blue>훌쩍 새 박봉진 2011.02.02 90
7055 어머님 기일에/ 박영숙 박영숙 2009.07.04 63
7054 아부지 / 박영숙 박영숙 2009.07.04 34
7053 용기 줄 수 있는 방법 노기제 2009.07.04 60
7052 잭슨호수에 가면 오연희 2010.11.01 80
7051 피라미드 윤석훈 2009.07.02 48
7050 암이란 터널을 거의 빠져 나올 때 노기제 2009.07.02 50
7049 아빠의 젖꼭지 (동시) 박성춘 2010.02.17 51
7048 행복 값 이영숙 2010.02.19 60
7047 누굴 닮았니? 이영숙 2009.06.30 51
7046 동물들의 합창 정용진 2009.06.30 40
7045 폭삭, 황금휴가 노기제 2009.07.02 54
7044 In Flanders Fields. 박정순 2009.06.28 53
7043 악플 / 석정희 석정희 2009.06.28 50
7042 모래성 최상준 2009.06.28 57
7041 삼삼하게 끓인 외로움 최상준 2009.06.28 61
7040 새는… 고대진 2009.06.29 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