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2009.12.09 15:49
문
이월란(09/12/07)
나는 상상해 본 적이 없다
저 문 너머에도 내가 살고 있었다는 사실
한기에 소름 돋던 날은 꿈속 창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에도 나는 통째로 날아가버려
열면 추우리라, 다시 되돌아오지 못하리라
아니, 아예 잠겨 있으리라, 그랬는데
저 문을 열면 시퍼런 강물이 이무기를 키우고 있으리라
저 문을 열면 태풍이 나를 갈갈이 찢으리라, 그랬었는데
열면 열린다는 사실은 케케묵은 해피엔딩의 전설이었는데
유년의 꿈을 선명히 새기고도 너무 늙어 녹슬어 버리더니
누군가, 언젠가 열어주리라 지독히도 기다리더니
꿈의 톱날은 벽에도 문을 그리고 손잡이를 달아
그 누군가의 손이 나의 손이었다고
그 언젠가가 바로 지금이었다고
삐꺼더덕 삐꺼더덕 입을 열고 있다
내가 디딜 수 있는 땅이 문 너머에도 다져지고 있었다니
나의 뒷모습을 닮은 그림자가 손을 내밀고 있었다니
문의 심장은 내 손에 쏘옥 들어오는 손잡이였다
댓글 0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7279 | 거지근성(견공시리즈 22) | 이월란 | 2009.09.12 | 57 |
| 7278 | 숲의 함성 | 이월란 | 2010.10.29 | 76 |
| 7277 | 다시 만날 때까지 / 석정희 | 석정희 | 2009.09.09 | 49 |
| 7276 | 나는 초겨울이 싫다 | 이영숙 | 2009.09.08 | 59 |
| 7275 | 패싸움 | 정국희 | 2010.10.31 | 74 |
| 7274 | 금테 안경 | 정해정 | 2009.09.10 | 49 |
| 7273 | 고해성사 | 정해정 | 2009.09.10 | 55 |
| 7272 | 노마드의 길/미주문학 2010년 봄호---조옥동 | 조만연.조옥동 | 2010.06.03 | 45 |
| 7271 | 빈 항아리/황진성시집<폼페이 여자>에서---조옥동 | 조만연.조옥동 | 2010.06.03 | 54 |
| 7270 | 되짚어 보는 발자국 | 강성재 | 2009.09.06 | 55 |
| 7269 | 세컨드 랭귀지 | 이월란 | 2009.12.09 | 63 |
| » | 문 | 이월란 | 2009.12.09 | 52 |
| 7267 | 세월타고 가는 봄 | 최상준 | 2010.11.01 | 72 |
| 7266 | 아줌마라 불리는 여자 | 정국희 | 2009.09.06 | 56 |
| 7265 | 시간 속에서 | 정국희 | 2009.09.06 | 44 |
| 7264 | 홈 리스 리사(Lisa) | 강성재 | 2009.09.14 | 49 |
| 7263 | 바람의 길 5(견공시리즈 28) | 이월란 | 2009.09.16 | 69 |
| 7262 | 007 작전(견공시리즈 27) | 이월란 | 2009.09.16 | 70 |
| 7261 | 비밀 2(견공시리즈 26) | 이월란 | 2009.09.16 | 49 |
| 7260 | 늘 보고 싶어요 2 | 이상태 | 2009.09.14 | 5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