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마드의 길/미주문학 2010년 봄호---조옥동
2010.06.03 06:30
노마드의 길
조옥동
지나 간 기억들 터지지 않게
밟히고 눌릴수록 단단하게 옹다물고
굳은 살 뼈가 되도록 길은
역사를 거느리고 산다
작은 길은 큰 길을 쫓아가며 여린뼈를 키우고
천천히 새 가지를 벋다
큰 길이 가다가 갈비뼈 하나씩 떼어
낯선 마을에 내려놓고 떠나면
등뼈를 잃은 길들 고아가 되 빌딩 숲을 배회하다
뿌리 잘린 길들이 만나는 사각의 모퉁이 생각에 잠기는 동안
어차피 남남으로 금 그은 평행선을 따라 멀어지는 하늘 아래
모든 길은 길속으로 여위어 사라지고
사람들은 사람 속을 더 외롭게 달려간다
세상을 펼치던 길, 물과 산을 넘다보면
왠지 빈창자처럼 휘어지고 물렁해져 등골까지 서늘한 날 닥치고
길들의 절망이 머무는 곳
세상 것들 떼 지어 익사하는 땅 끝에서
허옇게 쇤 갈대꽃은 말한다
바다의 유혹에 한 생을 흔들려도
등뼈들 기대어 함께 가는 길을
갈대숲 저편, 수평선은
뼈가 없는 하늘 길
닿을 듯 잡지 못할 꿈길인 것을
조옥동
지나 간 기억들 터지지 않게
밟히고 눌릴수록 단단하게 옹다물고
굳은 살 뼈가 되도록 길은
역사를 거느리고 산다
작은 길은 큰 길을 쫓아가며 여린뼈를 키우고
천천히 새 가지를 벋다
큰 길이 가다가 갈비뼈 하나씩 떼어
낯선 마을에 내려놓고 떠나면
등뼈를 잃은 길들 고아가 되 빌딩 숲을 배회하다
뿌리 잘린 길들이 만나는 사각의 모퉁이 생각에 잠기는 동안
어차피 남남으로 금 그은 평행선을 따라 멀어지는 하늘 아래
모든 길은 길속으로 여위어 사라지고
사람들은 사람 속을 더 외롭게 달려간다
세상을 펼치던 길, 물과 산을 넘다보면
왠지 빈창자처럼 휘어지고 물렁해져 등골까지 서늘한 날 닥치고
길들의 절망이 머무는 곳
세상 것들 떼 지어 익사하는 땅 끝에서
허옇게 쇤 갈대꽃은 말한다
바다의 유혹에 한 생을 흔들려도
등뼈들 기대어 함께 가는 길을
갈대숲 저편, 수평선은
뼈가 없는 하늘 길
닿을 듯 잡지 못할 꿈길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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