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현달
2010.04.07 16:01
상현달
김훈 풍으로
누구를 기다리는 것도 아니고
달리 나를 보자는 사람도 없고
사는 것이 조촐하여
적막이 맹렬한 하루였다
시간이 하릴없이 느슨하더니
하루와 더불어 종일 흘러가더니
겨우 문장 몇 줄 읽었을 뿐인데
해가 기울기 시작했고
먼저 밖이 어두워지고
어둠이 스미면서 방도 어두워 졌다
태양은 하루에 꼭 하루치씩만 비치고
왔다간 흔적도 없이 물러갔다
해만 빠져 나갔을 뿐 달라진 건 없는데
몸에서 기운이 빠져나가고
삼라만상도 기운을 다 소모했는지
각기 소리를 죽이고 분수껏
음양의 이치에 당면하고 있다
정갈한 하늘에 상현달이 떴다
시간은 그 몫을 에누리 없이 새겨 나가는데
달은 너무 멀어 그냥 지나쳤나 보다
정묘년 병자호란 때
남한산성에 떴던 달이
왕이 그 안에 갇혀
허허로이 지켜보던 바로 그 달이
오늘밤 그대로 떠있다
달이 각시처럼 곱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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