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승
2010.05.18 17:14
합승
이월란(10/05/14)
초등모임을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지하철도 버스도 성대한 졸업식을 치른 후
야경 속에 혈관처럼 누워 있는 길들마저 늙어 있다
유년의 사투리를 무형문화재처럼 버리지 못한
중년의 친구는 낯선 택시 안에서 그랬다
한동안
오랫동안
난, 늘 불안했었지
너의 詩들은 널 더 이상 불안하게 하지 않겠구나
2400원의 기본요금이 눈 깜빡할 사이
금방 나이가 드는 것처럼
이제 곧 내려야 할 세월이 아직도 질주를 하는데
총알택시처럼 살아낸 서로의 날들을
단 하루도 알지 못하는 서먹한 얼굴이,
나란히 살아오면서도 마주 대하기 싫었던
내 속의 나처럼 낯설지가 않다
땅 위에 두 발 닿은 사람 치고 불안하지 않은 사람 있을까
우린 늘 선택해야만 했고
선택하지 않은 길들을 보며 불안해야만 했다
빙 둘러가면서도 나를 바래다 준 낯선 친구 옆에서
내 몫의 택시비를 챙기려다 그만 두었다
사는게 뭔지
더 이상 알고 싶지 않은 얼굴이 되어, 친구가 그랬다
나 돈 잘 벌어
불안한 과거처럼 부웅 떠나버린 택시 뒤에서
내린 사람인지 탈 사람인지 분간을 못하는 빈택시 하나
불안한 속도로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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