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옥
2010.08.22 14:07
연옥
이월란(2010/08)
신선한 원죄를 생식하며 치유의 땅을 나름, 짓고
쥐라기의 화석 같은 당신을 잠시 만지며 생각 했었네
꿈속의 세월을 순간으로 살아내는 발등의 현실이
내겐 전이된 무형의 독소일 뿐이어서
꿈의 음해 세력은 늘 제련의 불길 속에 꽃처럼 피어나고
림보의 땅에서도 너와 내가 화답하며 심은 건, 파릇파릇 죄의 싹
나는 여전히 궁핍한 영혼을 그리워하는 지병을 앓고 있었지만
또 하나의 두물머리를 만들어버린 두 개의 강줄기를 놓아 줄 때마다
내 의식의 출입문 배꼽 쯤, 손톱만한 볼록창 속에서
두 손을 주머니에 찌르고 땅을 보고 서 있는
화급한 질문 하나, 당신은 누구?
어둠과 함께 고해실로 들어가는
잃어버린 神을 불러들이는 고결한 발작, 神의 발
용도에 따라 급조된 싸구려 신발만큼이나 자꾸만 벗겨져
분열된 강줄기들을 정확히 명명한 후에야
마음 놓고 건너와야만 하는 이 요긴한 세상에서
미개한 발을 따라다녀야 하는 비루한 두 손이
나의 얼굴을 감싸 쥘 때마다 우린 어쩔 수 없는 두 개의 물줄기
나는 나의 주인이 되고 싶은 거였는데 (당신도 살짝 끼워 줄께
나의 이마를 적셔 준다면, 괜찮다고 말해 준다면)
저 말랑한 지옥 너머엔 늘 천국이 있는 것만 같아서
당신이 놓인 고섶의 높이, 내겐 가장 먼 곳이어서
댓글 0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8079 | ◈ 여름마당 | 이주희 | 2012.08.03 | 26 |
| 8078 | 가을날 | 강성재 | 2010.09.18 | 53 |
| 8077 | 악명 높은 앨커트레즈 교도소 | 김수영 | 2010.11.18 | 89 |
| 8076 | 여우비 내리던 날 | 강성재 | 2010.09.17 | 51 |
| 8075 | 소원을 위한 기도 / 석정희 | 석정희 | 2010.09.15 | 49 |
| 8074 | 디베랴 해변 | 박동수 | 2010.08.27 | 54 |
| 8073 | 기쁨을 향하며 / 김영교 | 김영교 | 2010.08.27 | 51 |
| 8072 | 불러봐도 울어봐도 못 오실 어머니 | 이승하 | 2010.08.26 | 50 |
| 8071 | 가을문이 열리다 | 강성재 | 2010.08.25 | 62 |
| 8070 | 여름산 | 이월란 | 2010.08.22 | 55 |
| » | 연옥 | 이월란 | 2010.08.22 | 45 |
| 8068 | 외계인 가족 | 이월란 | 2010.08.22 | 65 |
| 8067 | 그대의 신전 | 이월란 | 2010.08.22 | 49 |
| 8066 | 난청지대 | 이월란 | 2010.08.22 | 59 |
| 8065 | 바람개비 | 이월란 | 2010.08.22 | 70 |
| 8064 | 저격수 | 이월란 | 2010.08.22 | 43 |
| 8063 | 그저, 주시는 대로(견공시리즈 80) | 이월란 | 2010.08.22 | 52 |
| 8062 | 욕慾(견공시리즈 79) | 이월란 | 2010.08.22 | 56 |
| 8061 | 역할대행(견공시리즈 78) | 이월란 | 2010.08.22 | 60 |
| 8060 | 비말감염 | 이월란 | 2010.08.22 | 5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