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장난

2010.12.11 00:48

이주희 조회 수:89







    불장난 / 이주희


    속옷을 뺏긴 아이는 허연 살 비듬 내리며
    까칠한 군용담요를 뒤집어쓴 채
    뒷산에서 부러지는 삭정이 소리를 듣는다
    강냉이 죽 한입 빼물고 내던져진 숟가락
    굴러가 있는 문지방 너머엔
    개미보다 작은 할머니가 양지에 앉아
    뒤집힌 옷을 들고 이를 잡는다
    배고픈 설움까지 눌러 죽이는 마른 등걸 같은 손

    무너진 성냥개비 탑에서
    기어 나온 소름이 문풍지에서 떨고 있다
    매캐한 UN 육각 통 속
    유황 머리냄새 마주하고 겹겹이 들어찬 살갗
    하나둘씩 뽑혀 나와 화형당하는 담요 안
    화르르 터지는 꽃망울 뒤로 할머니 뼈가 후르르 탄다
    설핏 들어서는 바깥바람
    죽도록 매 맞고도 안 아프다던 아이
    늙어서야 눈시울에 불 멍이 들어 아프고 뜨겁다

    -(소리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