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무덤가에서

2011.03.16 09:01

권태성 조회 수:57

산길을 걷다
이름 없는 무덤가에 앉아
휴식을 취한다
바다가 한눈에 보이는
가파른 언덕에
남향으로 자리잡은 무덤

비석 하나 없이 홀로 서서
현대화의 물결에 휩쓸려
고향을 등진 후손들을
원망이라도 하듯
초라한 모습으로 울고 있다

발 아래 핀 각시 붓꽃 몇 송이
주인의 눈물 먹고 피어나
긴 외로움 안으로 삭이며
하얀 파도 일었다 사라지는
먼 바다만 바라 보고 서있다

개발의 이름으로, 몇 년이면
이 초라한 보금자리 마저
사라진다는 것을
저 풀꽃과 이 무덤의 영혼은
알기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