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침에' 미주중앙일보
2011.05.30 18:00
2011년 5월 25일
난을 사랑하는 사람들
조옥동/시인
여러 해를 간직한 서양난 중에 호접 난 하나가 오랜만에 계속 꽃을 피우고 있다. 팔래놉시스가 원명인데 이는 호접(胡蝶)이란 말로 나비를 뜻한다. 나비가 날개를 펴고 사뿐히 내려앉은 모습을 하고 있어 누가 이름도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젠 서양 난은 화원이나 꽃집, 마켓에서도 흔히 보는 꽃이지만 화사하면서 자태가 우아하고 품위가 있어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사온 것은 꽃이 지고 난 후엔 왠지 다시 꽃을 피우기가 쉽지 않다. 난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며칠 전에 있었다.
몇몇 동호인이 시작한 모임은 해마다 난 경연대회나 재배단지를 찾아 현장답사도 하면서 점차 회원이 늘어 회원 중에는 난 재배에 뛰어난 전문가도 있다. 늦게 회원이 된 우리 부부는 재배에 관한 정보도 얻지만 취미생활이란 관심이 있고 단지 좋아한다고 되는 일이 아님을 깨닫는다. 일부 회원들은 집에 몇 십 내지 몇 백 스퀘어피트의 온실을 만들만큼 난 재배에 열심이다.
이번 모임은 포터렌치 높은 주택단지에 산을 등지고 자리한 아담한 남향집인 김회장 댁에서 열렸다. 넓지 않은 뒤뜰은 가든 파라솔 밑에 몇 개의 철제 의자가 놓인 자리를 빼놓고는 크고 작은 온실들이 자리하고 각 온실에는 난의 종류와 크기에 따라 분류되어 있었다. 또한 정문 쪽을 제외한 집의 좌우편도 난실로 둘려 있었다. 김회장은 자제를 주문하여 손수 온실들을 조립했다며 매일 이들 난을 돌보는 두세 시간은 아무 잡념도 걱정도 없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각 온실 안에 정갈하게 진열된 기기묘묘한 수백 종의 난을 구경하며 연발하는 회원들의 감탄사와 알맞은 환경에서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화분들의 속삭임이 온실 안을 가득 채웠다.
애기의 손가락만한 베이비 난이 싹트고 가지를 뻗어 한 송이의 꽃을 피우기까지는 종류에 따라 2~5년, 또는 7~8년 간 인내와 애정으로 기다려야 한다.
처음 꽃이 필 때의 희열은 마치 어린 손주의 손을 잡고 산책을 하는 백발의 할아버지 마음에 피는 정감일 것이다. 또는 방금 젖을 물리고 난 아기가 품속에서 방긋거리며 엄마만이 알아들을 옹알이를 할 때 엄마의 온 몸에 스며드는 행복, 아니면 이것조차 희미해진 세월 후 객지에 나갔던 자녀가 갑자기 장성한 모습으로 나타나 덥석 끌어안는 기쁨일 게다.
한참 집 주위를 돌며 난향에 취한 채로 실내에 들어서니 역시 진귀한 품종 몇 개의 난 화분은 거실에서 날아오를 듯 아리따운 자태로 우리를 맞았다. 정성으로 준비된 점심을 먹고 새롭고 유익한 정보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알맞은 온도, 햇빛, 바람과 습도는 물론 질소, 인산, 칼륨 등의 배합이 적당한 비료를 때를 맞춰 줘야하고 이에 타고난 DNA 즉 품종까지 좋으면 금상첨화라며 사랑과 정성을 더해줄 때 꽃들도 받은 만큼 돌려준다는 경험담은 언제나 공통된 의견이다.
난은 또한 동서남북 좋아하는 위치가 따로 있어 제자리를 찾아주는 일 또한 중요하다.
사람도 개인의 능력과 분수에 알맞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난을 사랑하는 금란지교(金蘭之交)를 나누며 살아갈 때 아름다운 모습이 될 것이다.
난을 사랑하는 사람들
조옥동/시인
여러 해를 간직한 서양난 중에 호접 난 하나가 오랜만에 계속 꽃을 피우고 있다. 팔래놉시스가 원명인데 이는 호접(胡蝶)이란 말로 나비를 뜻한다. 나비가 날개를 펴고 사뿐히 내려앉은 모습을 하고 있어 누가 이름도 잘 지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젠 서양 난은 화원이나 꽃집, 마켓에서도 흔히 보는 꽃이지만 화사하면서 자태가 우아하고 품위가 있어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사온 것은 꽃이 지고 난 후엔 왠지 다시 꽃을 피우기가 쉽지 않다. 난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며칠 전에 있었다.
몇몇 동호인이 시작한 모임은 해마다 난 경연대회나 재배단지를 찾아 현장답사도 하면서 점차 회원이 늘어 회원 중에는 난 재배에 뛰어난 전문가도 있다. 늦게 회원이 된 우리 부부는 재배에 관한 정보도 얻지만 취미생활이란 관심이 있고 단지 좋아한다고 되는 일이 아님을 깨닫는다. 일부 회원들은 집에 몇 십 내지 몇 백 스퀘어피트의 온실을 만들만큼 난 재배에 열심이다.
이번 모임은 포터렌치 높은 주택단지에 산을 등지고 자리한 아담한 남향집인 김회장 댁에서 열렸다. 넓지 않은 뒤뜰은 가든 파라솔 밑에 몇 개의 철제 의자가 놓인 자리를 빼놓고는 크고 작은 온실들이 자리하고 각 온실에는 난의 종류와 크기에 따라 분류되어 있었다. 또한 정문 쪽을 제외한 집의 좌우편도 난실로 둘려 있었다. 김회장은 자제를 주문하여 손수 온실들을 조립했다며 매일 이들 난을 돌보는 두세 시간은 아무 잡념도 걱정도 없는 가장 행복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각 온실 안에 정갈하게 진열된 기기묘묘한 수백 종의 난을 구경하며 연발하는 회원들의 감탄사와 알맞은 환경에서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화분들의 속삭임이 온실 안을 가득 채웠다.
애기의 손가락만한 베이비 난이 싹트고 가지를 뻗어 한 송이의 꽃을 피우기까지는 종류에 따라 2~5년, 또는 7~8년 간 인내와 애정으로 기다려야 한다.
처음 꽃이 필 때의 희열은 마치 어린 손주의 손을 잡고 산책을 하는 백발의 할아버지 마음에 피는 정감일 것이다. 또는 방금 젖을 물리고 난 아기가 품속에서 방긋거리며 엄마만이 알아들을 옹알이를 할 때 엄마의 온 몸에 스며드는 행복, 아니면 이것조차 희미해진 세월 후 객지에 나갔던 자녀가 갑자기 장성한 모습으로 나타나 덥석 끌어안는 기쁨일 게다.
한참 집 주위를 돌며 난향에 취한 채로 실내에 들어서니 역시 진귀한 품종 몇 개의 난 화분은 거실에서 날아오를 듯 아리따운 자태로 우리를 맞았다. 정성으로 준비된 점심을 먹고 새롭고 유익한 정보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알맞은 온도, 햇빛, 바람과 습도는 물론 질소, 인산, 칼륨 등의 배합이 적당한 비료를 때를 맞춰 줘야하고 이에 타고난 DNA 즉 품종까지 좋으면 금상첨화라며 사랑과 정성을 더해줄 때 꽃들도 받은 만큼 돌려준다는 경험담은 언제나 공통된 의견이다.
난은 또한 동서남북 좋아하는 위치가 따로 있어 제자리를 찾아주는 일 또한 중요하다.
사람도 개인의 능력과 분수에 알맞은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난을 사랑하는 금란지교(金蘭之交)를 나누며 살아갈 때 아름다운 모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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