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개

2011.07.07 23:19

정용진 조회 수:45 추천:1

지우개
               정용진

시를 쓰다가
잘못 쓴 글자를
지우개로 지운다.

연서(戀書)를 쓰다가
밉다는 말을 지우고
그 자리에
사랑이라고 써 넣는다.

이런 속내도 모르고
얼굴에 홍조를 띄우며
애련의 미소로
행복해하는 연인
그대는 무죄다.


인간은 바로 살아야 한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강조하던
도덕시간에 졸은 죄로
일상 속에서
알게 모르게 실수를 저지르고
용서와 회개라는 지우개로
지우고 또 지운다.

그러나
낮달처럼 희미하게 남는
어지러운 흔적들...

오늘도
삶의 오류들을
Wite Out로 하얗게 덧칠하며
태연한척 살아가는
삶의 내 모습이 부끄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