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근처에 큰 폭포가 있어요?
2011.07.04 04:44
<푸에토리코의 코키>
푸에토 리코에 머물 때였다. 밤바다를 거닐다 방에 들어가는데 아름다운 새 소리가 호텔 주위의 나무에서 울렸다. 마치 멋있는 여자가 거리를 걸어갈 때 좀 불량끼가 있는 남자들이 앉았다가 감탄하며 관심을 끌어보려고 휫바람을 휘익- 불 듯 유혹하는 소리였다. 아마도 호텔에 앵무새나 훈련된 새가 있어 손님들이 오가면 나무 위에서 희롱이라도 하는 듯 노래를 하는구나 싶었다.
다음날 나무를 아무리 찾아보아도 새는 흔적도 보이지 않아 호텔 기념품 점에 있는 종업원에게 밤에 나무에서 노래하던 새가 어떤 새냐고 물었더니 새가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코키’라는 개구리가 노래하는 것이란다. 코키? 개구리? 정말 개구리가 아름다운 새소리를 낸단 말이지? 하고 돌아보니 작은 개구리가 그려져 있는 기념품들이 많았다. 책을 찾아보았더니 코키는 푸에토리코에 사는 일 인치 정도의 나무에 사는 개구리로서 해가 지면 높은 피치로 코키-코키- 하며 노래를 시작하여 밤새 노래를 한단다. 내가 머물던 일주일 동안에도 어둑어둑 해지면 코키-코키- 휫바람 불 듯 노래를 시작하여 밤새 노래를 불렀다. 그 노래가 나중엔 자장가같이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다.
코키도 다른 개구리들 같이 숫놈만 노래하는데 –이는 주로 암놈을 부르는 소리이기도 하다- 저녁 어둠에서는 코퀴-코퀴- 하며 노래하다가 새벽이면 코키키키-코키키키-코키키키-하고 노랫말을 바꾼단다. 그리고 해가 뜨면 집에서 골아 떨어져 자다가 다시 저녁이면 나와 노래하기 시작한다. 코키는 양서류에 속하지만 개구리와 달리 발가락 사이에 물갈퀴가 없고 발가락에 흡판이 있어 나무에 오르기 쉽게 되어있다. 그리고 올챙이시절을 거치지 않고 알에서 바로 코키가 되는 것이 개구리와 다른 점이다. 모양은 우리가 아는 개구리와 똑 같다. 개발 붐으로 산림이 점점 줄어 들어 멸종위기에 속하게 된 이 푸에토리코의 코키가 아름답게 여자 코키를 유혹하는 노래를 들으면 살아있는 것들의 의사 소통 방식이 얼마나 다양한가를 생각하게 한다.
새 같이 노래를 부르는 개구리도 있지만 초음파로 노래하는 개구리도 있다. 중국의 상하이 서쪽 항샨 온천의 폭포수 근처에서 살고 있는Amolops tormotus라는 학명의 개구리는 사람이 들을 수 없는 초음파를 써서 노래하기도 한다는 사실이 최근에 (2006년 Nature) 알버트 펭(Feng) 교수와 그 동료들에 의해 발견되었다. 박쥐나 돌고래같이 초음파를 써서 의사를 소통하는 양서류의 동물이 존재한다는 것이 처음 알려진 것이다.
이 개구리는 귀가 보통 개구리의 불룩 나온 귀와 달리 안으로 쏙 들어가 있고 폭포수 같은 격류가 흐르는 곳에 있으므로 “쏙 들어간 귀의 격류 개구리”concave-eared torrent frogs라고 불리는데 펭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폭포수 소리 속에서 의사 소통을 하며 살아 남으려니 폭포수 같은 시끄러움을 뚫고 갈 소리 주파수가 필요하고 또 그런 곳에서 살려니 초음파를 감지할 얇은 귀청을 큰 소리에서 보호해야 하므로 귀도 안으로 쏙 들어가게 되었고 또 초음파를 통해 폭포소리를 뚫고 의사소통을 할 방법을 찾게 되었다는 것이다. 아니 그런 능력을 가진 개구리들이 살아남아 새로운 종이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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