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2011.08.20 15:09

이영숙 조회 수:44 추천:2

가끔은 내려놓고 싶지만 오늘도 등에 지고 떠나는 새벽 꼬불꼬불 선명하게 내놓은 길 동트는 줄 모르고 발 부르트게 헤맨 고된 흔적 곧게 가도 한 시간에 고작 58.92cm 가는 느린 걸음으로 왜 저리도 뒤죽박죽 걸어갔을까 휘어져 한번쯤 걸어보고 때로 갈 길 막막해 짧은 더듬이로 긴 허공만 만지작거렸다 한나절이면 닿았을 길 미명의 거친 바닥 혀로 핥으며 진하게 그렸다 한 낮 볕에 사그라질 힘겨웠던 좁은 생 작은 한숨에도 스러질 그 짐 등에 지고 오랜 시간 돌고 돌아 결국은 그 자리지만 그 길 따라 오늘도 맴돌고 있다 휘청 등이 무겁다 *2011년 미주한국일보 문예공모 입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