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로의 강 / 김영교
2011.08.25 04:59
귀로의 강 / 김영교
아내와 다툰 다음 날도
고속도로를 달린다
잠을 설쳐 무거운 어깨에
쏟아지는 빛살
뜨겁게 샤워를 한다
차량의 속도만큼 세찬 햇볕 물살에
이민의 고달픈 찌꺼기 쓸려간다
차창에 매달려 함께 달리는 고향생각
옹졸한 가슴을 측은한 듯 쓰담는다
일터를 향한 방향 감각이나
일의 분량이나 무게를 감당하는 힘
치통없이 맞이한 아내가 준비한 도시락
목덜미에 휘감긴 피곤의 두께
아내를 이기려던 부끄러운 자아
밥알에 씹혀 서서히 녹아버린다
목구멍 까지 차오르는 감사가 나를 헹군다.
아내를 위해서
그리고 보다 나를 위해서
마련된 화해의 샤워
늘 들어도 좋은 소식
골수처럼 뗄 수 없는 죄 속성과 의식위에
쏟아지는 물줄기, 흔들어 털고 씻은 후
고백 그리고
탕감 받는 유일의 길
하루의 끝자락
내 딛는 발걸음마다 고이는 투명한 눈물
귀로의 강
내 안에 깊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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