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엔 달이 뜨더라/'이 아침에' 미주중앙일보
2011.09.01 03:57
8-30-2011 ‘이 아침에’/미주중앙일보
사막엔 달이 뜨더라
조옥동/시인
시집 ‘사막엔 달이 뜨더라’의 작가, 사막의 시인 아니 사막사람을 만난 것은 행운이다. ‘사막에도 달이 뜨더라’ 거나 ‘사막에 달도 뜨더라’가 아니다. 사막에를 사막엔으로 ㄴ이란 종성을 붙이므로 시인은 보통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는 ‘사막’, ‘달’이란 어떤 내재적 이미지나 뉘앙스와는 다른 빛깔을 던져주고 있다.
며칠 전 커피숍에서 만난 원로시인은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 대학을 다니고 1963년에 시인으로 등단하고 1970년 초기 이 땅에 이민의 짐을 풀었다. 대학에서 스승 미당을 만나 총애를 받으며 詩를 구원의 반려자로 여길 만큼 시와 함께 80평생을 살아 온 연유인지 혈색과 눈빛이 형형한 동안의 얼굴에는 주름 한 줄 보이지 않았다.
“캘리포니아州를 사랑한다/ 아리조나州, 네바다주州, 뉴멕시코, 텍사스주州도/ 사막이 열린 어느 州의 하늘땅도 사랑하리라.// .…….어린 시절 먼 하늘 끝 그리움은 이 사막에/ 흘러 와 더는 그리움이 없다.”// (沙漠記에서)
그는 그리움도 한도 없이 중고 고물차를 몰고 지평선이 턱에 닿아도 사막을 달리고 달렸다. 이 무더운 염천에 북구의 에스키모족을 만났던들 이보다 기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왜 갑자기 이 사막의 시인, 사막의 코요테인양 사막과 인디언 원주민 문화에 심취한 고독한 시혼을 만나 이리도 가슴이 뛰는 것일까?
그는 신마저 목이 타 살지 않는다는 사막을 몇날 며칠이든 ‘허허로운 우주에 정을 붙이며 언어가 필요 없어서 평온하다. 언어에 숨차고 쫓기는 문명에서 벗어나 사막에 이르러 허무만이 사랑되어서 순수하다. 달리다가 숨이 멎어 죽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곳’ 이라며 사막의 그 황홀함에 빠져있었다. 사실 우리들은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사막의 모래밭을 건너가는 한 마리의 은빛여우가 아닐는지.
시단의 대 선배에게 많은 것을 묻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말을 아꼈다. 대신 지난 40년간 출간한 본인의 시집과 동인지등 커다란 보따리 하나를 내밀었다.
처음 이 곳에 정착하고 한국에서 활짝 피우지 못한 문학 활동을 미주에서 꽃피우려는 열망으로 그는 이리저리 문인들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한국에서 첫 시집을 미주에선 1973년에 ‘하늘이 따라와’ 개인시집과 ‘지평선’이란 시동인지를 시작으로 1980년대 초엔 ‘빛의 바다’ ‘빛이 타는 5월’등의 재미한국시인집을 앤솔로지로 펴냈다. 이 시집을 펴보니 몇 분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몇 분은 지금도 시작활동을 하고 또 몇 분은 이 사막의 시인처럼 문단과 교류 없이 외롭게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한국이나 미주문단의 현재를 모두 꿰뚫어 보고 있었다. 4시간이상 대화가 계속 되는 동안 소통을 이루니 다시 만나고 싶어졌다. 대화의 내용은 ‘반짝이는 건 금이 아니다. 반짝이는 건 모두 금이 아니다.’ 로 요약할 수 있겠다. 좌우 대립 속에서 용기와 양심을 사랑하는 노시인의 휴머니즘을 닮고 싶어 그날 받은 시집을 읽는다. ‘인간을 외롭게 밀쳐 넣고 달이 뜨더라/ 태양이 몸부림치며 붉게 지고 있을 때/ 하얀 달은 벌써 나와서 사막을 지키더라.’ (사막엔 달이 뜨더라 일부)
달은 사막을 지키고 시인은 사막과 같은 세상을 지키는 달이 되고 싶다.
사막엔 달이 뜨더라
조옥동/시인
시집 ‘사막엔 달이 뜨더라’의 작가, 사막의 시인 아니 사막사람을 만난 것은 행운이다. ‘사막에도 달이 뜨더라’ 거나 ‘사막에 달도 뜨더라’가 아니다. 사막에를 사막엔으로 ㄴ이란 종성을 붙이므로 시인은 보통사람들이 인식하고 있는 ‘사막’, ‘달’이란 어떤 내재적 이미지나 뉘앙스와는 다른 빛깔을 던져주고 있다.
며칠 전 커피숍에서 만난 원로시인은 한국전쟁의 폐허 속에서 대학을 다니고 1963년에 시인으로 등단하고 1970년 초기 이 땅에 이민의 짐을 풀었다. 대학에서 스승 미당을 만나 총애를 받으며 詩를 구원의 반려자로 여길 만큼 시와 함께 80평생을 살아 온 연유인지 혈색과 눈빛이 형형한 동안의 얼굴에는 주름 한 줄 보이지 않았다.
“캘리포니아州를 사랑한다/ 아리조나州, 네바다주州, 뉴멕시코, 텍사스주州도/ 사막이 열린 어느 州의 하늘땅도 사랑하리라.// .…….어린 시절 먼 하늘 끝 그리움은 이 사막에/ 흘러 와 더는 그리움이 없다.”// (沙漠記에서)
그는 그리움도 한도 없이 중고 고물차를 몰고 지평선이 턱에 닿아도 사막을 달리고 달렸다. 이 무더운 염천에 북구의 에스키모족을 만났던들 이보다 기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왜 갑자기 이 사막의 시인, 사막의 코요테인양 사막과 인디언 원주민 문화에 심취한 고독한 시혼을 만나 이리도 가슴이 뛰는 것일까?
그는 신마저 목이 타 살지 않는다는 사막을 몇날 며칠이든 ‘허허로운 우주에 정을 붙이며 언어가 필요 없어서 평온하다. 언어에 숨차고 쫓기는 문명에서 벗어나 사막에 이르러 허무만이 사랑되어서 순수하다. 달리다가 숨이 멎어 죽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곳’ 이라며 사막의 그 황홀함에 빠져있었다. 사실 우리들은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사막의 모래밭을 건너가는 한 마리의 은빛여우가 아닐는지.
시단의 대 선배에게 많은 것을 묻고 싶었다. 그러나 그는 말을 아꼈다. 대신 지난 40년간 출간한 본인의 시집과 동인지등 커다란 보따리 하나를 내밀었다.
처음 이 곳에 정착하고 한국에서 활짝 피우지 못한 문학 활동을 미주에서 꽃피우려는 열망으로 그는 이리저리 문인들을 찾아다니기도 했다. 한국에서 첫 시집을 미주에선 1973년에 ‘하늘이 따라와’ 개인시집과 ‘지평선’이란 시동인지를 시작으로 1980년대 초엔 ‘빛의 바다’ ‘빛이 타는 5월’등의 재미한국시인집을 앤솔로지로 펴냈다. 이 시집을 펴보니 몇 분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몇 분은 지금도 시작활동을 하고 또 몇 분은 이 사막의 시인처럼 문단과 교류 없이 외롭게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한국이나 미주문단의 현재를 모두 꿰뚫어 보고 있었다. 4시간이상 대화가 계속 되는 동안 소통을 이루니 다시 만나고 싶어졌다. 대화의 내용은 ‘반짝이는 건 금이 아니다. 반짝이는 건 모두 금이 아니다.’ 로 요약할 수 있겠다. 좌우 대립 속에서 용기와 양심을 사랑하는 노시인의 휴머니즘을 닮고 싶어 그날 받은 시집을 읽는다. ‘인간을 외롭게 밀쳐 넣고 달이 뜨더라/ 태양이 몸부림치며 붉게 지고 있을 때/ 하얀 달은 벌써 나와서 사막을 지키더라.’ (사막엔 달이 뜨더라 일부)
달은 사막을 지키고 시인은 사막과 같은 세상을 지키는 달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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