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할 수 있다니 / 산장일기 1
2011.11.26 16:08
행복할 수 있다니 / 김영교
그날은 계절의 끝자락
빅베어 산장은 첫눈 이불에 푹 싸여
시리게 아늑했다
된장찌개처럼 산 아래 동네는 늘 부글댄다
벗어버리고 단숨에 올라온 다그침
눈부시다
뜨거운 불에 자신을 내준 부추부침과 떡 만둣국
정에 취하고 포도주에 푹 취해버린 산장의 밤을 삼키고
그리움을 잠재우지 못한 새벽
거실을 서성이는 미셀과 목이 긴 여자
눈을 털듯 기지개 펴는 흰 산을 빨아 마시듯 응시한다
기다림의 산정을 바라만 보다가
냉담을 태우는 난로, 그 앞에
찬양 목소리 통나무 벽에 꽂아
화음 잘 익어라, 태엽을 감아놓는다
다음에 올 발걸음을 위해
옹이에 놀란 하얀 딸꾹질을 고드름에 매 단다
눈에 보이는 것 하늘 아래 모두 하얗다
바늘 솔잎의 저 푸른 잣나무만 빼고
귀 있는자여, 들어 보라
눈 떡송이처럼 희고 싶은 저 함성을
시커먼 내 심뽀, 내 욕심의 씨줄날줄
오늘 같은 날
넝마처럼 버리고 떠나리라
오르지도 못한 채 멍하니 바라만 보아도
충분히 가득 차오르는 까닭은 왜일까
창밖 저 먼 눈 산을 바라만 봐도
이렇게 행복할 수 있다니...
*빅베어 일기 1 (옥천의 산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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