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파제 안 물고기
2013.10.17 21:33
방파제 안 물고기 / 성백군
와이키키 비치 방파제 안 물에서
양손에 식빵을 들고
물속을 내려다보고 있는 한 중년 남자
입가에 둥근 웃음이 파문처럼 번지기 시작하면,
처음에는 작은 물고기들 몇몇 모여들어
이 눈치 저 눈치 보며 재롱을 떠는데, 그놈들
어르기도 전에 수백 마리가 된다.
더러는 손바닥만 한 놈도 있지만 먹는 데는
큰놈 작은놈 체면이 없다. 금방 빈손이 된다. 저러다가
저 남자, 몸뚱이까지 다 뜯어먹히겠다 싶은데
살짝 손바닥으로 손안에 든 물고기 잡아
하늘로 들어 올렸다가 다시 놓아주며
좋아서 ‘하하’ 웃는다.
구경하며 관망하다가
느닷없이 내 입속에 도는 군침
생선회 맛에 길든 내 혓바닥이 흥건한데
생뚱맞게 이는
저 물고기들이 혹 우리의 아이들이 아닐까?
방정맞은 생각
용돈 안 준다고 젊은 자식이 늙은 부모를
팼다는 일전 T.V 뉴스가 떠올라
떼거리로 달려드는 저 물고기들이 무섭다
인제 그만 저 둑을 헐고
물고기들이 바다에 나가 제힘으로
먹이 사냥을 하도록 놓아주었으면 좋겠다
방파제 안에 갇혀 주는 것에만 길들어진 우리 아이들
어른들의 노리개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그 사람 나보고
너도 한 번 해보라고 식빵까지 쥐여주며 끌어드리는데
안 한다고 고개를 흔들었더니
이상 하다며, 세상에 이런 재미있는 놀이가 없는데---,
저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댓글 0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9979 | 기다리다 | 김사 | 2013.10.24 | 50 |
| 9978 | 풍광 | savinakim | 2013.10.24 | 60 |
| 9977 | 사부곡(思父曲) 아리랑 | 박영숙영 | 2013.12.29 | 51 |
| 9976 | 훈장(勳章) | 정용진 | 2013.12.29 | 50 |
| 9975 | 靑馬를 타고 달리자 | 정용진 | 2013.12.27 | 53 |
| 9974 | 12월과 포인세티아 | 차신재 | 2014.12.20 | 55 |
| 9973 | 너를 보면 | 강민경 | 2014.07.28 | 27 |
| 9972 | 然 | 정용진 | 2013.12.24 | 32 |
| 9971 | ○ 그림자 | 이주희 | 2013.10.23 | 20 |
| 9970 | - 술나라 | 김우영 | 2013.10.22 | 65 |
| 9969 | 떠남은 도착을 위함이라 | 정국희 | 2013.10.22 | 26 |
| 9968 | [이 아침에] 북한 여성 '설경'에 대한 추억 | 오연희 | 2013.10.21 | 43 |
| 9967 | [이 아침에] 친구 부부의 부엌이 그립다 | 오연희 | 2013.10.21 | 46 |
| 9966 | 김우영 작가의 에세이/ 이 눔들이 대통령을 몰라보고 | 김우영 | 2013.10.20 | 32 |
| 9965 | 미완의 선물 | 지희선 | 2013.10.20 | 55 |
| » | 방파제 안 물고기 | 성백군 | 2013.10.17 | 33 |
| 9963 | 바람을 붙들 줄 알아야 | 강민경 | 2013.10.17 | 62 |
| 9962 | 보고 싶다 인터넷 님이여 | 박영숙영 | 2013.10.16 | 58 |
| 9961 | 섬 | 최향미 | 2013.10.16 | 29 |
| 9960 | 아내의 기도 제목 | 강성재 | 2013.10.16 | 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