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머리에 / 황금찬

2004.07.30 17:07

홍인숙 조회 수:148 추천:5

홍인숙(Grace) 시인의 첫 시집
'사랑이라 부르는 고운 이름 하나'의 머리말


홍인숙 시인의 첫 시집을 상재한다.
그 기쁜 일을 숨김없이 마음을 열고 축하한다.
한 시인이 등단하여 처음 갖는 즐거움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첫 시집을 상재하는 일이라 꼭 전설 같은 일이 현실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 시인은 첫 시집을 상재하고 남긴 말에 "내게 이보다 더 사랑 할 수 있는 대상이 이 세상에 또 있을까?" 했다는 것이다. 내게 가까이 있다 가신 어느 시인은 자기의 첫 시집을 들고 산에 가서 뻐꾹새를 부르며 "네 소리가 그렇게 우아하고 아름다워도 오늘 내가 들고 있는 이 시집만은 못하구나" 했다는 것이다.
  
  시인이 첫 시집을 출간한다는 것은 참으로 기쁘고 행복한 일이다. 연인은 금이 갈 수도 있고 자식은 부모의 마음을 아프게 할 때도 있다. 하지만 시집은 항상 자기를 기쁘게 해줄 뿐이다.
  
  홍인숙 시인은 고향을 떠나 먼 이국 땅 (샌프란시스코, 산호세) 하늘밑에 옷깃을 날리며 두고 온 고향의 정을 모아 비단 바구니에 담고 있다. 이것이 홍인숙 시인의 시다. 그래 그 시편들에선 고향의 향기가 가슴속에 숨는다. 이름 모를 언덕에 피어난 이름도 없는 풀꽃들, 그들의 생명과 그 향기가 홍인숙 시에 와 머문다.

  시대의 영웅들은 음성이 크고 그 음성은 칼날 위에 서 있다.
계곡의 물소리는 시인의 음성을 닮아가고 시인의 사랑은 구름 속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
  
  "제가 소녀시절 처음 시에 눈을 뜨게 되었을 때.." 이 말은 홍인숙 시인의 편지의 한 구절이다.
여기 눈을 뜨게 되었다는 말은 비로소 시의 세계를 인식하게 되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게 된다.
그것으로 이 시인의 시의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하지만 이 시인에게 있어서 시적 환경은 마치 계절이 오듯이 그렇게 찾아와 주지는 않았던 것 같다.
고향을 떠나 이국 그곳에서 찾아주는 사람도 없는 외로운 생활, 그래 남들보다 좀더 일찍이 등단 할 수 도 있는 기회를 오랫동안 놓치고 있었다. 하지만 시의 나무는 쉬지 않고 자라 이제 그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큰 고기는 늦게 물린다는 말이 있다.
  
  홍인숙 시인의 첫 시집을 손에 들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라고 하리라. 그리고 두 번째 시집과 그 다음의 시집도 기다려 본다. 시를 쓰는 시간과 시를 읽는 시간은 가장 행복한 시간이다.


2001년 7월

황 금 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