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06.18 23:00

장태숙 조회 수:89 추천:1

     매
                        

난 매일 꿈꾸지, 포획의 순간을
높은 나뭇가지 끝에서, 외로운 벼랑 위에서, 고즈넉한 빌딩 옥상에서

푸른 하늘 등지고 공중에서 홀로 떠있는 동안에도 번뜩이는 내 눈알은 한치 오차도 없어야 해 쏜살같이 내려가 낚아채야 해 소리보다 먼저 빛보다 빨리

뾰족한 부리의 날카로움이 때론 힘겹지만 잘 벼린 꼬챙이 같은 발톱이 가슴을 후벼파지만 아직 팔딱거리는 저 여리고 보드라운 생명들, 한 순간 비명 없이 보듬어야 해 깃털 하나 하나까지 긴장하고 소리 없이 해치워야 해

얼음처럼 차가운 내 혈액에 저장되는 따스한 숨결, 언어로 뱉어내 피로 쓰는 한 줄 글이 된다면 서늘하도록 시린 핏물이 맺힌 내 부리 나뭇잎에 짓이겨도 좋아

그 순간에도 세상은 고요하고 나의 침묵은 뜨겁게 날개를 펴지 내가 삼킨 것들이 지금 꿈틀꿈틀 튀어나오려고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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