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날

2005.07.31 16:26

홍인숙(그레이스) 조회 수:97 추천:3



    바람 부는 날



    홍인숙(그레이스)




    우두득 우두득 가슴에

    굵은 선이 떨어진다

    먼 세상을 향해 쌓아올린 성(城)들이

    와르르, 밀려오는 바람 뒤로

    한순간에 무너져 내린다

    며칠 새 오 파운드의 체중이 빠져나간 틈새로

    숭숭숭 붉디붉은 점들이

    물먹은 종이에 혈흔처럼 번져든다

    시작도 끝도 알 수 없는 지점에서

    한가지 또렷이 보이는 건

    너무도 당연히 여겨왔던

    일상의 소중한 부분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

    오랫동안 닫아두었던 문을 열고

    한줄기 빛을 찾아 나선다

    그대는 분명 기다리고 있으리라

    내게 안겨 줄 소망을 준비하고

    나를 기다리고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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