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춤
2010.02.12 14:35
병신춤
이월란(10/02/02)
그는, 한 때 그렇게 살았단다
아침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수업 받고, 1시 반부터 밤 10시까지 근무하고
퇴근 후 바로 부모님께서 운영하시던 식당에 가서 설거지 하고
그래도 행복했었단다
마켓을 인수하곤 새벽 5시에 출근해서 오후 5시까지 오버타임하고
퇴근 후 마켓에서 자정까지 비디오 돌리고, 그냥 마켓바닥에서 자다가
다시 출근을 했었단다
그래도 한계는 늘 내부보다는 외부에 있었다고
그는 이제, 번지르르 벌려놓은 사업체들을 또 삐까뻔쩍 더 높이
쌓아 올리려 고심 중일까
장사치도 10년이 넘어야 알아준다는 이 더러운 세상에서
돈줄이면 목숨도 엎드린다는 이 기묘한 세상에서
유명세에 들러붙으면 철자법도 만들어낼 수 있는 이 신비한 세상에서
아부만 잘해도 진국이 되어 출렁이는 눈 뒤집히도록 즐거운 세상에서
분칠한 고고한 입술들이 하나같이 밑구녕에 붙어 있는 세상에서
창녀보다 더 창녀스러운 세상에서
아, 이 눈부신 세상에서 그만 눈이 멀어버리셨군요
장님 앞에서 고가의 지팡이를 선전하고 있는 저 현란한 거리의 간판들
병신 눈에도 세상이 보이기 시작한다면 제대로 장단을 맞추어야지요
더러운 목숨도 찬란히 유지하기 위해
그가 말하던, 이 더럽은 세상에서
댓글 0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1119 | 의자 | 윤석훈 | 2005.10.11 | 56 |
| 1118 | 숲속 산책길 | 강성재 | 2006.03.11 | 59 |
| 1117 | 아버지 | 강성재 | 2006.03.11 | 55 |
| 1116 | 코스모스 날리기 | 천일칠 | 2005.10.10 | 45 |
| 1115 | 사랑은 | 김영교 | 2005.10.29 | 48 |
| 1114 | 사랑할 때와 죽을 때(A Time To Love and A Time to Die) | 김수영 | 2010.02.13 | 56 |
| 1113 | 덤 | 오연희 | 2010.02.15 | 62 |
| 1112 | 님에게 가는 길 외10편 / 석정희 | 석정희 | 2010.02.12 | 58 |
| 1111 | 또 하나 고백 | 노기제 | 2010.08.23 | 29 |
| 1110 | 꿈꾸는 발 | 이월란 | 2010.02.12 | 52 |
| 1109 | 브레인스토밍 | 이월란 | 2010.02.12 | 51 |
| » | 병신춤 | 이월란 | 2010.02.12 | 58 |
| 1107 | 바람의 자식들 | 이월란 | 2010.02.12 | 49 |
| 1106 | 윙 | 이월란 | 2010.02.12 | 48 |
| 1105 | 그녀 | 이월란 | 2010.02.12 | 65 |
| 1104 | 야누스 | 이월란 | 2010.02.12 | 55 |
| 1103 | 프로메테우스의 간(肝) | 수봉 | 2005.10.08 | 68 |
| 1102 | 열매 | 오연희 | 2005.10.05 | 56 |
| 1101 | 가을 | 오연희 | 2005.10.05 | 40 |
| 1100 | 사람은 보입니다 | 오영근 | 2005.10.05 | 5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