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에 들면

2005.11.09 16:31

오연희 조회 수:62 추천:1

잠자리에 들면/오연희 잠자리에 들면 어둠의 손길에 덥석 낚아 채여 이대로 끝날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하는 날이 있다 이불을 바짝 당겨 올리고 몸을 웅크리면 캄캄한 동굴 속 뒤죽박죽인 집안 곳곳의 서랍들이 와르르 열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경멸의 눈초리 서늘하다 내가 뱉은 말들이 얽히고 설키어 탄생한 인간 하나 산 자들 입에 둥둥 떠 다닌다 갚지 못한 밥 한끼 구해야 할 용서 해명하지 못했던 순간들 후회와 다짐으로 막을 내리는 아침에 눈을 뜨면 물거품이 되고 마는 파노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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