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아공연

2005.11.13 19:21

유은자 조회 수:187 추천:4

수필  (입양아공연)
                                              

바람이 몹시 불고 거짓말처럼 낙엽은 비 오듯 쏟아지는 늦가을
우리 글로리아 무용단들은 오레곤에 있는 초등학교로 입양아를 위한 공연 길에 올랐다
악기를 실은 밴과 몇몇 팀들은 준비를 하기위해 일찍 떠났고
나머지 일행은 직장에서 일을 마치고 한 팀이 어우러져 가면서
몸단장을 하나도 못한데다가 시간을 보니 도착하자마자 바로 공연에 들어가야 할 것 같다
그래서 포틀랜드까지 가는 시간이 3시간 차 안에서 서로서로 머리를 만져주고 화장을 하고
비바람이 많이 불고 커브길 을 돌때마다 우리 일행은 이리저리 낙엽 뒹굴 듯 구르면서도
머리카락 한 올도 안내려오게 젤을 바르고 어린아이들에겐 곱게 머리를 땋아주고
댕기를 달아주면서 유랑극단이 따로 없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바로 유랑극단이라는 생각에 다들 배가고파하고 있을 때
민정씨가 두 아이들 다 공연을 한다고 아이들 간식거리 조금 가지고 온 것으로
조금씩 허기진 배를 채우고 가면서 나는 차멀미가 나서 운전석 옆자리로 자리를 옮겼다
앞을 보니 여전히 폭우는 계속되고 콜롬비아 어디서가 간간히 들려오는 뱃고동 소리는
서글퍼지고 바람소리 채색 옷으로 갈아입은 나뭇잎 가로등 불빛에 서 있는 나무들
시 한편이 생각이 났다
목마와 숙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 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집안걱정 아이들 걱정 가게걱정 남편과 아이들에게 말은 했지만
걱정을 잠시 달래려는 듯.........
그렇게 공연장에 도착을 했다
궁중무용: 금박무늬에 당의를 입고 옥비녀에 원삼을 하늘높이 날리며
애들아 이 옷이 조선시대에 궁중에서 입었던 옷이란다.
너무 화려하지
한손 어깨로 넘기며 애들아 내 머리에 꽂은 옥비녀는
우리 전통문화 중에 처녀가 혼인을 하면 머리를 올리고 비녀를 꽂는 것이란다.
조명도 없이 우리가 가지고간 테이프에 맞춰 춤을 추었다
어린아이들은 시집가는 날 무용이 가마타고 말 타고 코마신랑에 신부는 어른
이웃집 아낙네는 침 발라 문구멍 뚫고 서로 머리 맞대며 들여다 보다
할아버지 나타나 등짝을 때리니 아낙네들 뒤로 벌렁
재미있게도 시집가는 날이 끝나고 설장구 부채춤 삼고 일고
맨 끝으로 사물놀이까지 모두 흥겹게 끝냈다
나는 옷을 갈아입고 체육관 중간에서 장고를 가지고 오려는데
미국인 여러 명이 와서 장구와 북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을 한다.
나는 단장님께 소개를 하고 단장님은 우리가락 자진모리 굿거리장단을
최선을 다해 가르쳐주셨다
그때 이제 막 걸음마를 배운 어린 여자 아이가 몇 번을 넘어지면서
내게로 오는 것이다
나는 그 아이를 번쩍 안았다
아이는 자꾸 나에게 엄마라고 하는 것인지 맘마라고 하는 것인지
잘 못 알아듣게 옹알거린다.
아가야 생김새와 피부색 나와 내가 같은데 어째서 너희 부모는 틀리니
눈물이 나올 것 같아 마른침을 삼키며 속으로 울었다
아이는 내 품에 그렇게 안겼다
그때 뒤에서 입양한 아이의 부모가 나에게 고맙다고 한다.
아이가 너무 귀엽고 예뻐요
중년의 나이쯤 되어 보이는 분들 한국아이 둘을 입양해서 키우고 있다한다
그리고 나는 앉아서 북을 치고 있는데
초등학교 4학년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가 내 앞에 서서 열심히 보고 있길래
너도 이거 배우고 싶니 이리와 내가 조금만 가르쳐줄게
나는 한국아이라 한국말로 했는데 못 알아듣는 것이다
다시 영어로 말을 하니 그때서 고개를 끄덕인다
그 아이는 내 옆에 앉았다 나는 힘껏 북을 두드렸다
그 아이 또한 힘껏 북을 두드린다.
그래 너 자신이 누구인지 어디서 어느 부모 밑에서 태어났는지
모르고 답답하면 이렇게 북을 두드려라
어느새 내 무릎에 눈물이 뚝 떨어진다.
몇몇 미국 분들이 우리에게 너무 고맙다고 하고
우리나라 전통무용을 직접 보게 되어 기쁘다고 한다.
집으로 오는 길 빗줄기는 가늘어졌지만
오늘 보니 입양아 들이 상당히 많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내 가슴에도 알 수 없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운전을 하면서 우리 가게에 오시는 손님 중에 SHEENAN 이라는 경찰관이 있다
그분도 한국아이를 입양해서 키우고 있는데 내가 볼 때는 친자식처럼 잘해주고 있다
나는 그 아이를 볼 때마다 좋은 부모를 만났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 입양에온 아이들은 아직까지 내가 볼 때는 많이 사랑받고 사는 것 같아
입양한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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