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타기

2006.09.02 07:18

장태숙 조회 수:43 추천:1

    파도타기

                        
이른 아침 뉴포트 비치 바다에는
쏟아진 검은 콩들이 자맥질 치고 있어
길쭉한 타원형 보드 끌어안고
혹은 두 발로 바다를 불끈 밟고
파도 타는 사람들
몸을 적당히 구부리고 흐름을 타야 해
물 위에 떠가는 나뭇잎처럼
풀잎을 미끄러져 가는 바람처럼
파도가 솟구치면 따라서 솟구치고
파도가 내려가면 따라서 내려가야 해
명심해
바다의 혀는 부드럽고 노련해서
섣부른 객기나 오기를 부린다면
일순간 삼켜 버리고 말아
호된 질책처럼 물살이 뺨을 후려쳐도
하늘과 바다 사이
틈새에 박힌 듯 외로움 사무쳐도
그렇게 흔들흔들 세상의 흐름에 맡기는 거야
뼛속까지 스민 한기
개미떼 기어가듯 스멀거려도
멀미처럼 오르내리는 리듬
그 리듬을 타는 거야
너를 버리고 너를 찾아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안달하지 말고 조용히
파도의 계단 하나씩 밟으며
주름진 한 생 그렇게 건너는 거야

                    (2006년 7월 20일, 2006년 강남시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