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사한 사람
2011.11.19 04:06
오늘 아침 신문에
한국남자 한 사람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밀입국하려다
길처 오솔한 곳에서
마들가리 이불 덮고
동사한 채 발견되었다
온 몸 얼음 되어 가는 동안
오른 팔에 안은 아내의 사랑
가슴에 새겨 놓은 문신이고
왼쪽 손끝에 만져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
포근한 손금들
남겨둔 보모형제
여수(旅愁)에 묻어두고
돈 벌고 자리 잡아 모두 한 품에 안으려
산모롱이 돌아가며 빌다가
추위와 외로움 속에
얼음 한 덩이 되어버렸다
갑자기 내 발이 꽁꽁 얼어오기 시작하더니
손끝 머리끝까지 얼음기둥 되었다
입이 얼어버려 도움을 바랄 수 없고
손은 이글루 속에 꼭꼭 갇혀있으며
발이 동사하여 되돌아 갈 수 없다
머리카락까지 올올이 솔잎처럼 부서져 내려
머릿속은
하얗게 풍선 되어 훨훨 날아간다
마침내 내 이름 세 글자가
고드름 되어
뚝 뚝 뚝 덜어져 내리더니
한 움큼 물 되어
강을 따라 바다로 흘러
태평양을 건너고 있었다
5/10/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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