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천(乾川)

2006.12.17 11:53

이윤홍 조회 수:54

          건천乾川



          말라버린 물을 보았다
          말라서 돌처럼 굳어버린 물을 보았다
          굳어가는 제 힘을 견디다 못해
          살갗마다 갈갈이 터진 흉터를 보았다

          물은
          한 때
          냇가를 가득 채우며 흐르던 일을 기억했을 거다
          제 길을 온 몸에다 새겨 넣었을 거다

          그 기억의 힘으로
          물은
          자신이 흐르던 그 곳에 온전히 남기를 결심했고
          구름이 되기를 거부했을 것이다

          물의 지독한 고집이
          건천 바닥에 딱딱하게 붙어있었다
          손에 힘을 주자 흙이 가루가 되어 흘러내렸다
          손가락 사이로 물 보다 더 부드럽게 흘러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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