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크

2009.04.08 11:02

이영숙 조회 수:46

나를 부르는 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리드미컬하게 세련 된 소리
급한 일도 뒤로 하고 문을 열었다
청아하게 기다리며
노크하는 손길이 아름다운 비

고여 있는 물들은 실로폰
저음으로 여리게 연주하는 빗줄기
내리치는 아픔 뒤 튕겨 오르는 경쾌한 소리
베토벤도 만들어 낼 수 없는 아름다운 화음이다

조그마하게 시작한 동그라미
먼 우주까지 펼쳐진다
네모나 세모는 그릴 줄 모른다
그 세월들에 어울림만 있다

더 낮은 곳만 찾아다니며
마음을 높이에 둔 적이 없다
존재의 모양도 맡겨놓고  
태초의 형태도 고집하지 않고
뼈까지 녹여 땅의 기운 되어
수목 생명 넣어주고
투명한 몸으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올 때까지
늘 조용히 할 일을 감당하는 비

그의 노크에 반갑게 대답하고 문 열었다
그의 기다림이 나에게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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