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의 눈비로 얼어붙은 텍사스의 겨울. 길들이 모두 막히고 학교는 문닫고 나는 집안에 가둬져 문학서재 방문할 길이 없었다. 이건 소설 같은 거짓말... 사실은 오연희 서재 다음 방문한 곳이 긴 작품이 넘쳐나는 박경숙 소설가의 집. 소설을 읽느라 날이 새는 줄 모르고 있다가 글이 늦어졌다. 박경숙 소설가는 금산 아가씨이다. 그곳 인삼의 기운이 글로 가서 그런지 글 재주가 참 많은 작가이다. 소설은 물론이고 칼럼, 시와 수필 모든 장르에 능통하다. 아마도 미주문단에서 가장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는 작가 중 한 분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고정 독자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작가라고 해도 될 것 같다. 박경숙 서재는 그런 독자를 위해 꾸며놓은 서재라고 할 수 있다. <주인 소개>에 작가가 자란 배경이며 그의 인생 이야기를 독자를 위해 진솔하게 고백하고 있다. ‘문즐’(문학의 즐거움)이란 잘 알려진 웹에도 홈이 있어서 그녀의 작품들을 대할 수 있지만 미주문학에 있는 그녀의 서재는 문즐에 놓을 수 없는 음악과 그림이 있다. 이 작가의 음악취향은 강학희 시인이나 오연희 시인의 취향과 견줄 수 있는 수준 높은 것.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 들리는 이유가 그 음악 때문이 아닐까? 허지만 음악이라면 그냥 라디오를 듣지… 음악과 더불어 들을 수 있는 소설가의 입심 때문? 그러고 보니 미문에 있는 소설가들은 엄청 입심이 좋다. ‘소썰가’ 라고 불리는 힘…이용우 회장님에서 시작해서 최근에 서재를 마련하신 나마스테 신영철 소설가까지 실린 편지만 읽어도 ㅋㅋ 혹은 ㅎㅎ 소리를 안낼 수 없게 만든다. 그 입심들이 합쳐지면 무슨 일이 날지…항상 흥미진진이다. 박 소설가 또한 예외는 아니다. 말을 잘 하는 것이 아니라 글을 잘 쓴다. 번뜩이는 재치…또 뭐가 있더라? 아무튼 많다. 창작마당에 실린 시와 소설뿐 아니라 그의 많은 다른 작품들을 문학의 즐거움 (www.poet.or.kr/pks) 에서 찾아볼 수 있으니 방문해보길 바란다. 이 서재의 <만남의 장>은 작가와 대화할 수 있는 곳이다. 1000통이 넘는 편지함에서 나는 작가가 얼마나 독자들을 위하는지 알 수 있었다. 박 작가는 편지를 받고 답하는 것 뿐 아니라 독자에게 매달 한 장씩의 시나 짧은 명상의 글과 어울리는 음악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12월: 성탄, 11월: 유언, 10월: 단풍조소 9월: …물론 그림과 음악이 담긴 편지가 배달이 되면 독자들은 읽는다. 그 조회수는 나의 작품 전체의 조회수를 넘는다. 나는 왜 진즉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 그러니 인기가 바닥이지 ㅎㅎ. 이곳에 실리는 ‘과객’의 문심조룡 –제나라 문인 유협이 쓴 동양 최초의 문학 이론서- 의 번역도 이곳을 방문하는 독자들에게 좋은 선물이 된다. 자료실에는 박 소설가가 좋아하는 글와 음악들이 있다. 문학 자료실에는 주로 음악이 달린 시가 있는데 작가의 짧은 감상문이 그 시를 더욱 아름답게 한다. 일반자료실의 음악들 또한 자주 들르게 만드는 곳. 아마 독자가 청하면 어떤 음악이라도 구해놓을 것 같다. 박 소설가는 말한다. 소설가의 자산은 세상의 모든 2인칭과 겪는 현실에서의 불화라고. 믿을 수 없다. 얼마나 불화가 많아야 이렇게 좋은 작품으로 서재를 꽉 채울 수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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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99 빈손 서용덕 2010.08.02 55
2698 ○ 선 (線) 이주희 2010.08.01 58
» 어여쁜 문학서재 5: 박경숙 소설가 고대진 2007.01.20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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