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보다 강한 것




         입구에서 8000피트 떨어진 곳
         지상에서 260피트 아래
         무너져 내린 막장 속
         50,000,000 갤런물이 소리없이 스며드는
         어둠 속에서
         맞닥뜨린 것은
         결코 죽음이 아니였다

         오늘 아침 집 나설 때
         무심히 그은 성호
         급하게 나오느라
         잊어버린 당신과의 입맞춤
         아이들에게 손 흔들며 건성으로 소리친
          - 사랑해 -
         그리고
         산책하던 이웃이 활짝 던져준 함박 웃음에
         미소도 짓지 못하고
         바쁘게 지나친 조급함
         이제사 마구 꽃망울 터트리는 꽃나무들의
         눈부신 환호성을 외면한 마음

         아,
         매 순간 순간 마다
         왜 나는 나의 아내와 아이들 그리고 모든 나의 이웃들에게
         좀더 진실하지 못했을까
         왜 세상의 모든 것을 온 마음으로 껴안지 못했을까
         이제 나는
         그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진심으로 포옹하는 일보다
         더 귀하고 소중한것이 없음을 깨는다
         나가기만 하면, 살아 나가기만 하면
         나는 나에게 주어지는 모든 순간을
         온 마음으로 감사히 받아들이고 사랑하리라

         도시락 통에 유언장을 써넣고
         나는 8명의 동료와 함께 몸을 묶는다
         발 아래로 물이 스며든다
         그러나 죽음은 두렵지 않다

         이 어둠 속에서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가를 깨달았으므로
         하느님이 주신 빛의 영광을 보았으므로

         * 1986년 켈리포니아 북부 탄광지대에서 함몰된 광부의
               도시락 통에서 발견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