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일지-향로봉-
2007.07.08 10:44
레돈도 서해바다 모래밭에 앉아
사십 넘어 고향찾아 올랐던
향로봉 바람길을 생각한다
해질 무렵 눈들을 감는 숲을 헤치고
어디선가 언뜻언뜻 그리움처럼 들리던
어치의 울음소리
바닥부터 이어지는 인연의 줄 끊지못해
정상까지 오르고 싶은 욕심,
배낭 가득 짊어진 이름들이 무거워
몇 번 씩이나 걸음을 멈추었었다
멈출 수 없는 그대 생각은 걸음보다 빨라서
향로봉 꼭대기 바람으로 먼저 오르고
첫 사랑이듯 다시 오르는 길
온 몸 후끈도 하였어라
저녁 안개에 젖어 아득하게 출렁이는
치악의 푸른 젖 무덤들
다가가 입 맞추지 못하는 이만큼한 높이에서
"눈에 보이는 것은 현상입니다
현상을 초월한 선험적 의식은 더 깊은 곳에 있지요"
이카로스의 이름으로 아프던 그대의 말을 와풍속에 두고
바람바위에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
노을 속 펠리칸 한 마리
아득하고 깊은 추억을 통과하고 있다
*이카로스(Ikaros):아버지와 함께 백랍으로 만든 날개로 날아 미궁(迷宮)을 빠져나와, 태양에 너무 접근했기 때문에 날개가 녹아 에게(Aege) 바다에 떨어졌다는 그리이스 신화에 나오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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