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으로  떨어지는 날

                   이 용 애

머지않은 훗 날
낙엽으로 떨어지는 자리가
단단한 콩크리트 바닥이 아닌
푹신한 흙 위였으면 좋겠다

지나는 행인이 밟아도
으깨어져 가루로 날리지 않고
부드러운 흙 속에
스며들 수 있으면 좋겠다

행여 동행이  곁에 있어
부서지기 전에
서로 몸 비비며
위로할 수 있다면 더 좋겠다

우리가 나무에 달려 있는 동안
열심히 영양분을 만들어
튼실한 나무로 키웠노라고
예쁜 꽃과 열매도 얻었노라고

지금 이렇게
흙위에 떨어질 수 있어
거름 되어 다시  한번
풀꽃도 피울 수  있겠노라고

얼굴 가득  미소짓는
그런 날이었으면 좋겠다

-- < 미주문학 > 2004 여름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