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남기고 떠나는 것
2007.08.28 08:16
철 바뀌면 들녘은 찬바람 모여든다
바람은 잠시 뿐 머물지 못하고 흩어진다
충북 영동군 주곡리 마을 찬바람
붉은 선혈 선명한 땅 식히지 못하고
땅에서 태어나 지키며 살고 싶었다
한 줌 햇빛 그리워 나간 주민들
전쟁 공포에 떨다 지쳐 잠들었는지
아무도 몰랐다, 어디로 갔는지
서풍 따라 잠든 혼백들도 돌아올까
한국전쟁 무고한 희생 서린 노근리
아직도 총성이 그치지 않는 유배지 바람
그 마을에 미군 학살이 조용한 것은
검은 안경으로 눈 가린 맥아더 동상
펄럭이는 성조기에 볏단이 쓰러진다
추수 끝난 땅에 부는 풀벌레 바람
집 잃고 운다, 남은 사람처럼 모여 운다
응어리 진 진실은 어디에도 묘비가 없다
올 해도 태풍이 그냥 지나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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