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에서 물건으로
2005.03.25 09:52

이 승 하[-g-alstjstkfkd-j-]이 시집에서 시인은 죽음과 질병에 대해, 죽음에 임박한 사람들의 절박함이나 주검을 앞에 둔 사람들의 절망에 대해, 특이할 정도로 담담하게 노래한다. 그래서 그의 죽음의 시들에는 어떤 비명이나 절규 같은 게 느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편안함이 느껴진다. 그것은 그의 시 전반에 흐르는 낙관적인 비전과 관련되어 있는데, 그 낙관은 종교에 의한 구원이나 정신적 초월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자연에 순응하는 아주 담백한 태도에서 비롯된다. 탄생과 쇠락을 거듭하는 생명 현상의 순환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이 시인의 비전인 것이다
이승하 - 문학평론가, 시인. 경북 의성에서 태어나, 김천에서 성장했다.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와 동대학원 박사과정을 마쳤으며, 198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198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소설이 당선된 이후 활발한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다. 2004년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시집 <사랑의 탐구>, <우리들의 유토피아>, <욥의 슬픔을 아시나요>, <폭력과 광기의 나날>, <박수를 찾아서>, <생명에서 물건으로>, 시론집 <한국의 현대시와 풍자의 미학>, <생명 옹호와 영원 회귀의 시학>, <한국 현대시 비판>, 산문집 <그렇게 그들은 만났다> 등을 펴냈다.
독학으로 대학 입시를 준비하던 시절, 지구과학참고서 한 권이 준 감동은 20년이 다 된 지금도 나의 심금을 울려 또 시를 쓰게 한다. 케플러의 법칙, 허블의 常數, 고생대 캄브리아紀, 혜성의 방문, 별의 생성과 소멸, 대폭발과 우주 팽창설…… 책을 덮고 지하실 계단을 올라가 밤하늘을 보며 나는 이 거대한 우주 속에 던져져 있는 ‘나’라는 존재의 미미함을 깨닫고 전율하곤 했다. 우주의 역사와 넓이를 공부하면서 내 삶의 양태가 불을 보고 달려들다 타 죽은 하루살이와 진배없다는 것도 알아갔다.
그러나 생물 과목은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 하나하나가 또 하나의 우주임을 알게 했다. 세포의 분열, 멘델이즘과 非멘텔이즘, 유 무성 생식, 각종 동물 신경계의 구조와 기능, 식물의 명반응과 암반응…… 생명체의 역사와 종수, 그들의 끈질긴 생명력은 이 우주의 역사와 넓이, 그 엄청난 질량만큼이나 위대한 것임을.
생명체의 끈질긴 생명력마저 우리는 연일 파괴하고 있으니, 인간이란 우주는 제각기 종말의 순간을 향해 무서운 속도로 달려가고 있는 셈이다. 큰곰자리에 있는 성운이 지금도 매초 4만km(광속 7분의 1)의 속도로 달려가고 있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