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알아요?

2009.04.23 11:29

구자애 조회 수:740 추천:70

오늘 같이 햇볕 줄기가
내 몸 속을 휘젓고 쏠랑쏠랑 바람부는 날이면요
전 틀림없이 뚝방에 앉아 있었을 거거든요
핸드폰에 있는 숫자 꾹꾹 누르며
곤한 노동 쉬이고 있을 친구
하나, 둘 불러냈을 거거든요
`야, 지금 노을이 발등에 떨어지게 생겼다
놀 빛에 물든 황금 붕어 봤냐?’
못이기는 척 하고 나오는 친구에게
두 병은 많구 한 병만 사와라
그리고 안주 같은 건 필요없다고 말하면요
친구는 징그러 징그러 궁시렁 대며
까만 비닐 봉다리에 오징어 두어마리까지 넣어서
휘적 휘적 나를 향해 걸어 오거든요
그러면, 굳이 바람 불어주지 않아도
덩달아  산들거리는 저수지가
입질만 하던 내일을 슬쩍 들어 올리기도 하거든요
‘사람은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하는데’
그럼, 친구는 또 징그러 징그러 싫지 않은 눈치거든요
어제 한국에서 그 친구가 젖어 있는 목소리로 전화 왔었거든요
시도 때도 없이 뚝방에 앉아
오라가라한 니가 보고 싶다구요
지나고 보니 그렇게 불러줄 때가 좋았다구요
손 뻗으면 누군가 쉽게 닿을 수 있을 때가 좋았다구요
가끔은 환청도 들린다구요
그래서 저도 할 수 없이 울었거든요
그런데 살아가면서
사소한 것이 중심을 흔들 듯
고 하찮은 것들이
왜 그리 가슴 저미고 먹먹한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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