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시심의 텃밭--중에서

2005.09.12 06:48

정석영 조회 수:490 추천:51

시의 구성에 있어서 기본 바탕이 되는 세 가지 요건이 있는데, 첫째가 가장 쉬운 말로써 간결 명료하게 상황을 그려내야 하고, 둘째는 그렇게 설정 묘사된 상황이 한 이미지로 응결되어 있어야 하며, 마지막으로 그러한 상황 묘사와 이미지 응결 속에 시의 주제가 은은히 깔려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까 첫째의 상황 묘사는 우리들의 완구한 신체와 같고, 둘째의 이미지 응결은 기혈의 순환과 같으며, 셋째의 뜻의 제시는 건전한 정신이 깃들어 있음과 같아야 하는 것입니다. 이 셋 중의 어느 하나라도 결여된다면 사람일 수 없듯이 또한 완전한 시일 수도 없을 것입니다. 다음으로 어묵동정(語默動靜)의 거취를 보고 사람의 됨됨이를 살필 수 있듯, 시에 있어서 기승전결(起承轉結)의 맥락을 보아 또한 시의 면모를 살필 수 있는 것입니다. 이상의 두 가지 척도로 시에 대한 나의 기준을 잡아 왔는데 별로 벗어남이 없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사람이나 시나 그 존재원리에 있어서는 다를 바가 없다고 보여지며, 결국 생활과 작품이 하나의 고리로 이어져 있음을 알 수 있겠습니다.

그러므로 시를 쓰려는 이는 먼저 시에 대한 올바른 접근이 이뤄져야 합니다. 논리적인 정의나 이론적인 학습이 아니라 실제적으로 다가서는 자세, 곧 좋은 시를 가슴에 담고 깊이 새겨 감상하며 시처럼 맑고 아름답게 살아갈 줄 알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할 때 시를 쓰며 인성를 맑게 가꾸어 가게 되고, 그리하여 아름다운 삶을 살아가며 더욱 향기로운 시를 빚어낼 수 있게 될 테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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