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 그녀 이름은 미미

2018.09.13 09:20

서경 조회 수:112


 미미.jpg



  언니가 고국 방문차 떠나며 맡기고 간 미미. 두 달간 곰살맞은 동거가 이번 일요일이면 끝난다. 작년에도 나와 잘 지내고 갔다. 
  미미는 언니가 전에 키우던 강아지하고 똑 같은 초콜렛 푸들이다. 초콜렛 푸들은 강아지 분양으로 유명한 우리 리틀락에서도 구하기 힘든 종류다. 게다가, 5파운드 미만짜리를 찾기는 더욱 어렵다. 하지만, 정든 강아지를 잃고 상심에 잠겨있는 언니의 마음을 달래주려면 똑 같은 강아지를 찾아주어야만 했다. 
  마침, 랭카스터에서 강아지가 나왔다길래 만사 제치고 달려갔다. 첫눈에 마음에 들었다. 가격도 소매상에서 사면 거의 $1000에 가깝지만 $500에 사 왔다. 가정집에서 사 왔는데도 페이퍼가 정확하고 강아지를 무척 사랑하는 주인이라 믿음이 갔다. 애기 때는 모르니까 가끔 성견이 되어도 5파운드 미만짜리라며 속여 파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그 때쯤 되면 이미 정이 들어 도로 물리는 사람은 없다. 
  지금 세 살이 된 미미는 언니의 우울증을 말끔히 씻어주었다. 반려견이란 말은 바로 미미를 두고 하는 말인 듯하다. 싹싹하고, 영리하고 또 때로는 확인을 해야할 정도로 조용하다. 따라 나서야 될 시간과 집에 남아 기다려야할 시간도 정확히 알고 있다. 
  언니는 새 집으로 옮길 때에도 늘 미미의 안전을 먼저 생각했다. 일전에는 $1500이나 들여서 안전망을 하고 놀이터를 만들어 주더니, 이번에는 아예 강아지하고 같이 놀 수 있는 공원 곁으로 이사를 갔다. 막 이사를 끝낸 뒤, 한국으로 간 것이다. 이제 언니가 한국에서 일을 끝내고 오면 새 집에서 신나게 놀 일만 남았다. 
  그런데 아뿔사! 미미를 잃어버렸다. 화재 경보기가 울려 잠깐 부엌문을 열어두고 난리치는 사이, 나가 버린 것이다. 언니한테는 말도 못하고 연 사흘, 미미를 찾아 헤맸다. 온 동네를 헤매며 목청껏 불러도 미미의 대답은 들리지 않는다. 미미가 남겨두고 간 흔적만이 근심스레 나를 바라 본다. 가지고 뒹굴던 이불과 장난감, 그리고 밥그릇과 물 그릇. 이 모든 걸 두고 미미는 어디로 간 것일까. 작고 앙증스러워 누군가 안고 간 것임에 틀림 없다.

   마음이 절망 쪽으로 기울 때에야, 언니에게 사실직고했다. 사실, 실날 같은 희망이 없었으면, 언니가 편안하게 쉬고 오도록 연락을 하지 않았을 터이다. 미미 목에 있는 목걸이에 언니 연락처가 있으니, 천사같은 사람을 만나면 혹시 전화가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확히 밤 열 한 시 사십 오 분, 언니로부터 연락이 왔다. 누군가 keep하고 있다며 전화 번호를 전해 주었다. 하룻밤을 어떻게 지새나. 나는 즉시 텍스트 메시지를 날렸다. 그 쪽에서도 미미가 너무 스윗하다며 사진까지 보내 왔다.

   다행히, 길 건너편 어느 외국 사람 집이다. 체면 불구하고 지금 만날 수 없느냐고 물었다. 시간은 밤 열 두시 이십 오 분. 오케이! 저쪽에서도 흔쾌히 대답한다. 정말 천사다. 그러지 않아도 미미 목걸이에 있는 연락처로 여러 번 전화를 했단다. 하지만, 리턴 콜이 없더라고. 주인이 한국 여행 중이라 집에 아무도 없었다고 일러 주었다. 

   아무튼, 만나서 얘기 하자며 얼른 전화를 끊고 총알 같이 뛰어 나갔다. 사례금조로 $100을 챙겨 나갔다. 구하기도 힘들지만, 있다 한들 $1000이 넘는 강아지다. 하지만, 정든 것으로 따지면,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감사함이다.
  오 분이 왜 그리도 긴 지. 드디어 길 건너편 스톱 사인 앞에 청년과 함께 미미가 섰다. 바로 달려가 미미를 안고 오고 싶었다. 그러나 크렌샤는 한밤중에도 차량이 빈번한 길이다. 반가움과 설렘을 지긋이 누르고 길 저 편을 응시한다. 헤어진 애인을 다시 만난다 한들, 이토록 반가울까. 드디어 신호등이 바뀌고 우리는 감격의 재회를 했다.                
  미미는 멀리 가지 않았다. 집 근처에서 정문과 부엌문을 오가며  몇 번이나 집 주변을 맴돈 모양이다. 탄 음식으로 화재 경보가 울려 야단법석을 떠느라 미처 미미에게 신경을 쓰지 못했다. 앞문도 부엌문도 다 잠겨 있으니 미민들 어찌 하랴. 사고는 항상 "아차!"하는 순간에 일어난다. 미미를 보호해 준 페트릭은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가다가 미미를 보았다고 한다. 멀리 가지 않은 미미도 고맙고 연락을 해 준 페트릭도 고마웠다. "미미! 고마워, 멀리 가지 않아서..."  난 미미를 꼭 껴안고 뽀뽀를 해 주었다.
  천사같은 사람을 만나거나, 전생에 우리가 얽혀있어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랬는데 그 기도가 이루어졌다. 죽음 이후의 부활처럼 딱 삼일만에. 기적은 언제나 일어나기 위해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다만, 때에 따라 이루어지는 시간이 길고  짧을 뿐이다. 주님, 감사합니다! 감사의 기도가 절로 나온다. 
  미미를 보고 또 본다. 이제 미미가 제 원 주인을 따라 가 버리면 허전해서 어떡하지? 개하고 드는 정은 진짜 '개같은 정'이다. "미미 잘 가! 또 혼돌림 시키지 말고. 오케이?" 
  그녀 이름은 미미. 참으로 귀여운 강아지요, 사랑스런 이름이다. 지나가는 발자국 소리마다  짖어 밤잠을 설쳤는데, 이젠 그 소리마저 그리울 것 같다. 

                                   (사진 ; 유학생 다혜와 노는 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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