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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택---얼굴
2005.03.13 22:55
얼굴
김기택
눈이 피곤하고 침침하여 두 손으로 잠시 얼굴을 가렸다
손으로 덮은 얼굴은 어두웠고 곧 어둠이 손에 배자
손바닥 가득 해골이 만져졌다
내 손은 신기한 것을 감지한 듯 그 뼈를 더듬었다
한꺼번에 만져버리면 무엇인가 놓쳐버릴 것 같아
아까워하며 조슴씩 조금씩 더듬어나갔다
차갑고 무뚝뚝하고 무엇에도 무관심한 그 물체를
내 얼굴이 생기기 전부터 있었음직한 그 튼튼한 폐허를
해골의 껍데기에 붙어서
생글거리고 눈물 흘리고 찡그리며 표정을 만들던 얼굴이여
마음처럼 얇디얇은 얼굴이여
자는 일 없이 생각하는 일 없이 슬퍼하는 일 없이
내 해골은 늘 너를 보고 있네
잠시 동안만 피다 지는 얼굴을
얼굴 뒤로 뻗어 있는
얼굴의 기억이 지워진 뒤에도 한참이나 뻗어 있는 긴 시간을
선글라스만한 구멍 뚫린 크고 검은 눈으로 보고 있네
한참 뒤에 나는 해골을 더듬던 손을 풀었다
순식간에 햇빛은 살로 변하여 내 해골을 덮더니
곧 얼굴이 되었다
오랫동안 없어졌다가 갑자기 뒤집어쓴 얼굴이 어색하여
나는 한동안 눈을 깜박거렸다 겨우 눈동자를 되찾아
서둘러 서류 속의 숫자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김기택
눈이 피곤하고 침침하여 두 손으로 잠시 얼굴을 가렸다
손으로 덮은 얼굴은 어두웠고 곧 어둠이 손에 배자
손바닥 가득 해골이 만져졌다
내 손은 신기한 것을 감지한 듯 그 뼈를 더듬었다
한꺼번에 만져버리면 무엇인가 놓쳐버릴 것 같아
아까워하며 조슴씩 조금씩 더듬어나갔다
차갑고 무뚝뚝하고 무엇에도 무관심한 그 물체를
내 얼굴이 생기기 전부터 있었음직한 그 튼튼한 폐허를
해골의 껍데기에 붙어서
생글거리고 눈물 흘리고 찡그리며 표정을 만들던 얼굴이여
마음처럼 얇디얇은 얼굴이여
자는 일 없이 생각하는 일 없이 슬퍼하는 일 없이
내 해골은 늘 너를 보고 있네
잠시 동안만 피다 지는 얼굴을
얼굴 뒤로 뻗어 있는
얼굴의 기억이 지워진 뒤에도 한참이나 뻗어 있는 긴 시간을
선글라스만한 구멍 뚫린 크고 검은 눈으로 보고 있네
한참 뒤에 나는 해골을 더듬던 손을 풀었다
순식간에 햇빛은 살로 변하여 내 해골을 덮더니
곧 얼굴이 되었다
오랫동안 없어졌다가 갑자기 뒤집어쓴 얼굴이 어색하여
나는 한동안 눈을 깜박거렸다 겨우 눈동자를 되찾아
서둘러 서류 속의 숫자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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