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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주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2010.4.1)

2014.08.26 16:09

윤석훈 조회 수:103 추천:4

환한 주먹으로 통증 없는 긴 세월을 꿈꾸어 보네

지금 내게 있는 모든 것이
언제나 거기 있어야만 했던 것처럼
무표정 얼굴이 대상 없는 세월을 기다렸었네

자격을 논하자면 이미
오래 전의 바위 속을 헤매고 있을 테지만
내게 없는 손들이 내 뱃심을 끌어올리면
약속으로 가는 길도 한뼘처럼 가벼워지네

밤새 뒤척이던 기침 소리도 알고 보면
영혼의 움직임에 신호를 보내는 것

그를 부를 때마다 나타나는
산소 가득한 새벽의 숲 속으로 걸어 들어가네

나 죽기 살기로 그대의 견고한 말씀에 입맞춤하네


윤석훈 (1960 - )


암 투병 중에 쓴 시다. 저 깊은 곳에서 바라보는 사물, 사람, 신, 삶과 죽음은 껍질을 벗어버린 진실의 핵심들일 것이다. 기침도 영혼의 움직임이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의 시는 덤을 살고 있으면서도 그 사실을 망각하고 하루하루 인생을 허비하고 있는 우리를 경각시킨다. 윤 시인이 어서 회복돼 우리의 곁으로 돌아와 그가 죽기 살기로 입맞춤한 신호들을 더 많은 시로, 환한 웃음으로 들려주게 되기를 빈다.

김동찬 /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