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3.08 00:57

강설(降雪)

조회 수 17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강설(降雪) / 성백군

 

 

허공에도 꽃이 피네요

낙화?

아니, 주의 재림입니다

 

봄 여름 가을

세상에서 핀 꽃은 겨울이면 다 사라지는데

저건 하늘에서 내려온 저승 꽃

이제 막 칼춤을 추듯 피어납니다

 

지붕 위 장독대 위

벗은 나뭇가지, 길가 말라 죽은 풀 위에

아무 곳이나 닫는 곳이면 소복소복

눈이 쌓입니다

구별 없이 천지가 온통 한 색 순백입니다

 

아이들이

집 그늘을 들추며 뛰어나오고

강아지가 그 뒤를 따라 쫄랑쫄랑 따라 다니고

나도 저들 속에 어울려져 움직이는 풍경이 되고 싶은데

살아온 세월이 길어 죄가 많아 그런지

옆구리가 시립니다

선뜻 발걸음을 내딛기가 두렵습니다

 

자욱하게 눈 내리는 먼 하늘 바라보며

단두대에 사형수처럼

내 목을 차가운 눈발에 맡겨 봅니다

목숨이 다할 때까지 오래도록

주의 긍휼을 기다리겠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31 풀잎의 연가 강민경 2019.01.18 134
530 벌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1.24 122
529 우리들의 애인임을 강민경 2019.01.26 181
528 자꾸 일어서는 머리카락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1.30 169
527 촛불/강민경 강민경 2019.02.03 91
526 어둠이 그립습니다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2.05 91
525 벌과의 동거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2.12 103
524 세벳돈을 챙기며/강민경 강민경 2019.02.16 242
523 눈 꽃, 사람 꽃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2.19 85
522 묵언(默言)(1) 2 작은나무 2019.02.21 177
521 기미 3.1독립운동 100주년 기념 축시 정용진 2019.02.22 95
520 이름 2 작은나무 2019.02.23 156
519 자목련과 봄비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2.26 110
518 커피 향/강민경 강민경 2019.02.28 135
517 그리움의 시간도 작은나무 2019.03.01 102
516 기미3.1독립운동 100주년 기념 축시 정용진 2019.03.02 175
515 기미3.1독립운동 100주년 기념 축시 정용진 2019.03.05 156
514 묵언(默言)(2) 작은나무 2019.03.06 201
513 봄날의 고향 생각 강민경 2019.03.10 266
512 새분(糞) 작은나무 2019.03.12 195
Board Pagination Prev 1 ...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