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7.02 17:02

꽃 뱀

조회 수 8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꽃뱀/강민경



오늘도 나는 계곡에서 푸른 하늘 바라보며

산골짝 건널 일 산등성 넘을 일에

힘 드는 줄 모르고

올곧은 나무로 쭉쭉 뻗었다

 

 

개울물이 발끝을 적시고 흐르던

어느 아침

안갯속에서 함초롬한 이슬 물고 와

내미는 네 맨손이 하도 고와

퐁당 빠져들어 쿡쿡 하하

웃는 사이

 

너는 산맥처럼 일어선 내 어깨 근육을

뭉개고

거 쉼을 숨겨 돌돌 내 몸을 말아

옴짝달싹 못 하도록 욱죄고 귀골이 장대했던

나를 지우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온데간데없고 덩굴, 너만 남았구나

 

다 내어 주고

속절없고, 한심하고, 어처구니없어

속 빈 강정처럼, 돌아온 탕아처럼, 먼데 가신

하늘이라도 되돌려 달라고 애걸복걸하는데

네 뱃가죽이야 등가죽에 붙든지 말든지

눈길 한 번 주는 일 없는 너는

누구냐?

네가 그것이었니, 피를 말리는 꽃뱀?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51 한낮의 정사 성백군 2014.08.24 369
950 겨울나무의 추도예배 성백군 2014.01.03 365
949 문자 보내기 강민경 2014.02.03 365
948 수족관의 돌고래 강민경 2015.07.15 361
947 자유시와 정형시 하늘호수 2015.12.23 359
946 바람의 필법/강민경 강민경 2015.03.15 358
945 당신은 시를 쓰십시오-김영문 file 오연희 2016.02.05 356
944 단풍 낙엽 / 성백군 2 하늘호수 2019.07.16 356
943 그리움 강민경 2019.04.26 355
942 (동영상 시) 석류 - 차신재 Pomegranate -Cha SinJae, a poet (Korean and English captions 한영자막) 1 차신재 2022.06.05 352
941 물구멍 강민경 2018.06.17 352
940 할리우드 영화 촬영소 강민경 2015.05.13 349
939 (동영상시) 나비의 노래 A Butterfly's Song 차신재 2015.09.27 349
938 화장하는 새 강민경 2016.06.18 347
937 무명 꽃/성백군 하늘호수 2015.03.27 346
936 목백일홍-김종길 미주문협관리자 2016.07.31 345
935 어느새 / 성백군 하늘호수 2018.12.30 345
934 나무 요양원 강민경 2014.01.23 340
933 잘 박힌 못 성백군 2014.04.03 340
932 별 하나 받았다고 강민경 2014.12.07 340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