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09 05:43

사인(死因)

조회 수 261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사인(死因) / 성백군

 

 

화창한 봄날

오리가족이 나들이를 나왔습니다

어미 오리가 병아리 넷을 데리고

도로를 건너갑니다

 

제가 무슨, 아무

배경도 없고 힘도 없는 날 짐승인 주제에

건널목도 신호등도 없는 4차선 도로를

보무도 당당하게 건너갑니다

 

재발하고 소리쳐 보지만

못 알아들었는지

듣고도 날지 못하는 새끼들 때문인지

어미는 달리는 차 바퀴 밑에서 말 한마디 없이

파닥거리며 생을 마감합니다

 

허겁지겁 가던 길 되돌아

인도로 나온 병아리들

오리걸음으로 돌아보며 힐끔거리며

눈도장을 찍습니다

저건 사람도 아니야!’

요즘 사람들은 로봇보다 못한

감정도 느낌도 없는 쇠붙이일 뿐이야.’

 

도로 위에

제 어미의 주검으로 사인(sign) 해 놓았습니다만

잠시 후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사인(死因)은 흔적도 없이 지워질 것이고

세상은 여전히 질주할 것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70 단비 / 성백군 하늘호수 2015.07.05 235
769 안개꽃 연정 강민경 2016.06.27 235
768 플루메리아 낙화 하늘호수 2016.07.17 235
767 그대와 함께 / 필재 김원각 泌縡 2020.01.24 235
766 건투를 비네 1 유진왕 2021.07.17 235
765 방파제 강민경 2014.07.08 234
764 바닷가 금잔디 강민경 2015.11.28 234
763 상현달 강민경 2017.11.20 233
762 빛의 공연 하늘호수 2015.11.30 232
761 설국(雪國) 하늘호수 2016.01.10 231
760 노숙자의 봄 바다 강민경 2018.04.11 231
759 황혼의 바닷가 / 성백군 하늘호수 2020.02.11 231
758 남은 길 1 헤속목 2022.01.26 230
757 고맙다. ‘미쳤다’는 이 말 / 성백군 1 하늘호수 2021.04.09 230
756 세상인심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4.05 230
755 주차장에서 강민경 2016.05.17 229
754 나뭇잎에 새긴 연서 강민경 2016.07.16 229
753 내가 나의 관객이 되어 하늘호수 2017.09.16 229
752 듣고 보니 갠찮다 강민경 2019.04.10 229
751 엉뚱한 가족 강민경 2014.11.16 228
Board Pagination Prev 1 ... 7 8 9 10 11 12 13 14 15 16 ... 50 Next
/ 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