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10 19:26

멸치를 볶다가

조회 수 33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멸치를 볶다가 / 성백군

 

 

먹이 찾아

바다를 휘젓고 다니면서

파도 속에 묻혀 길을 잃고 헤매기도 하고

절벽에 부딪혀 등뼈가 부러지기도 하면서

그 작은 것이

험한 세상을 얼마나 힘들게 살았을까

 

세상살이라는 게 살면 살수록

인정사정없이 모질고 험난하여 저서

작고 힘이 없다고 봐 주지는 않는 법

어부의 촘촘한 어망에 걸려

생을 마감하기까지 얼마나 헐떡거렸으면

내장엔 피 한 방울 남아 있지 않은 걸까

 

프라이팬에서

다글다글 볶기며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한다

말 한마디 못하고 입을 앙다문 채

입 대신 몸으로 냄새만 풍긴다

 

젓가락으로 휘젓는 나

살아있는 내가 죽은 나를 뒤치기는 것처럼

멸치를 뒤치기다가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하지만

생명이 있는 동안은 힘껏 살았으니

이왕이면 좋은 맛 우려내려고 이리저리 살피며

노르스름하게 익을 마지막 때까지

정성을 다해 멸치를 볶는다.

내가 볶인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56 물속, 불기둥 하늘호수 2016.07.05 253
1155 수필 레이니어 산에 가는 길 풍광 savinakim 2016.07.06 545
1154 바위의 탄식 강민경 2016.07.07 259
1153 숨쉬는 값-고현혜(Tanya Ko) 오연희 2016.07.08 222
1152 숲 속 이야기 하늘호수 2016.07.11 123
1151 나뭇잎에 새긴 연서 강민경 2016.07.16 230
1150 플루메리아 낙화 하늘호수 2016.07.17 235
1149 7월의 감정 하늘호수 2016.07.22 156
1148 초록의 기억으로 강민경 2016.07.23 200
1147 개여 짖으라 강민경 2016.07.27 216
1146 (동영상 시) 내 잔이 넘치나이다 My Cup Runneth Over! 동영상시 2 차신재 2016.07.28 408
1145 수필 명상의 시간-최용완 미주문협관리자 2016.07.31 372
1144 목백일홍-김종길 미주문협관리자 2016.07.31 345
1143 시 어 詩 語 -- 채영선 채영선 2016.08.19 132
1142 구름의 득도 하늘호수 2016.08.24 181
1141 새들도 방황을 강민경 2016.08.24 265
1140 기타 혼혈아 급우였던 신복ㄷ 강창오 2016.08.27 455
1139 들꽃 선생님 하늘호수 2016.09.07 224
1138 화려한 빈터 강민경 2016.09.07 263
1137 2 하늘호수 2016.09.17 314
Board Pagination Prev 1 ... 52 53 54 55 56 57 58 59 60 61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