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수필 - 스마트 바보 / 김영교

2017.05.15 16:42

김영교 조회 수:409

스마트 바보  / 김영교

 

바보가 되는 일이 이렇게 쉬운줄을 몰랐다. 스마트 폰을 잃고 나는 길 잃은 바보길로 직행했다. 조카 결혼식 차 방문한 서울에서 일어난 사고였다. 수중에 수첩이 없으니 연고자 전화번호 하나 연락할 길이 없었다. 기억에는 더더욱 없었다. 난감했다. 스마트 왕국에서 속도와 정보의 태평성대에 익숙했던 의식이 덜덜 떨려왔다. 의존도가 하늘에 치솟은 만큼 그 난감함은 땅으로 수직추락했다. 스마트에 길들여져 차단된 소통의 절벽은 높고 무서웠다.

 

걱정은 둘째 치고 나의 불편이 초 긴급 상황이었다. 참으로 답답했다. 당혹감은 이 난국을 어떻게 해결 할래 하고 나를 몰아세웠다. 첫째 강북 호탤에서 강남 결혼 예식장 장소를 찾아 갈 일이 캄캄했다. 장소가 카톡에 저장되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화기 분실로 친지 가족들의 소식 두절을 옆으로 잠시 밀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애초 계획대로 출타, 일본 문학 세미나에 참석하느라 일본에서 스마트의 위력을 벗어나 그나마 며칠간의 시간을 벌 수 있어 다행이었다.

 

눈을 감고 호흡을 가다듬으며 어디서 잃어버렸을까 거꾸로 추적하기 시작했다. 호탤 측에 호탤 주소 사용 택배를 허락 받아 간수를 부탁했다. 학교며 선교회 식당도 커피집도 선물 가게도 약속장소며 고달픈 점검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정작 나를 가둔 스마트 감옥에서 분실이라는 실수로 인해 객관시하는 국외자의 안목이 되었다. 땀나는 천신만고의 추적이었다. 종지부를 찍게 된 것은 남한산성을 동행해준 시인 친구의 차에 떨어져 있어 택배로 벌써 친구는 배달을 시켰다니....일본에서 서울로 돌아와 미아의 신세를 면하게 된 것이 얼마나 고맙고 다행한 일이었는지 가슴이 시워언-해졌다. 수중에 스마트가 없으니 할 일이 없는 듯 텅 비워진 기분은 어쩐 일인가? 훨훨 나는 듯 이 자유로움은 어인 일인가. 애물단지도 되고 더 없이 좋은 친구도 되는 스마트가 뭐 길래...

 

어느 날부터 휴대폰 기종이 모두 스마트폰으로 격상되어 세상을 덮기 시작했다. 나 역시 예외는 아니다. 주위를 살펴보면 홀린 듯 모두 그것을 드려다 본다, 다른 세상이오고 간다. 좁은 손바닥은 무한대 스테이지, 스마트가 피우는 재롱은 끝이 없구나! 보고 또 보고... 잠 속에서도 본다.

 

애인끼리, 친구끼리, 가족끼리 식탁에서도 각자 열심히도 내려다본다. 심취 내지 중독인가. 기특한 것은 길 안내양이야 말로 약도와 길을 훤히 알고 있다는 점이다. 폰 요금은 얼마나 많이들 나갈까? 초동부터 가족 각각 휴대폰, 위기상황이나 잠깐 소식 전하자는 게 아니다. 어느 날은 화장실에서 조차 듣게 되는 사생활, 큰 소리로 스트레스 푸는 모양이다, 옆 사람일랑 개의치 않는다. 우찌 하겄노!

 

원래 스마트의 의도는 통신수단 아닌가. 백과사전 기능으로부터 컴퓨터에서만 읽을 수 있는 문학작품이나 카메라 기능, 운동중계, 오락게임, 다기능성 기계 아닌가. 뇌에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는 경고는 오간데 없어진지 오래다. 요사이 전자파 걱정 하는 사람 보았나?

 

속도만 쫒아가면서 무슨 생각들을 할까? 잠시라도 머리를 쉬게 하는 스스로 사색 틈틈이 발란스 시간을 갖기나 할까? 가치관 정립 없이, 정체성 없이 정말 기계적인 인간들이 되면 어떡하나? 세상은 결국 ‘나 홀로’ 뿐이 되겠구나!

 

서서히 스마트폰에 잠식당하는 인성의 영토…그리운 사람 냄새 그리고 체온, 혼자의 세계에 몰입,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 부재, 극치의 메마른 개인주의 부상, 과연 건강한가? 그 고독을 어찌 감당할까?

 

속도선호 주자들, 공감력 결핍자들이 득실대는 이착륙 공항,  오늘 출시한 물건이 몇 날 안가서 구식 제품이 되는 시장경제는 구매를 부추긴다.  신제품 또 출시, 세상은 편리한 초고속 따라 잡는 운동장인가? 건강한 지상의 사람들이 더 스마트 해지고 싶어 스마트폰 속으로 병적으로 들어간다,  밤낮 물불 안 가리고 밀착되어있다.

 

심장 하나 움켜쥐고 길게 서있는 그림자 하나, 여기. 서울에서 스마트를 잃고 나서 외양간을 고치려든다. 좌우상하 살피게 되었다. 크게 당하고 나서 얻은 감정의 유익도 있었다. 손에 스마트 없는 부재가 맛본 허전함과 동시에 자유함, 귀한 경험이었다. 서울 택배 시스탬은 참으로 놀라운 최 고속 세게 제일 운송문화임이 자랑스럽다.

 

5/15/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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