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나무가 하나 있었다
나는 그 나무에게로 가서
등을 기대고 서 있곤 했다
내가 나무여 하고 부르면 나무는
그 잎들을 은빛으로 반짝여 주고,
하늘을 보고 싶다고 하면
나무는 저의 품을 열어 하늘을 보여 주었다
저녁에 내가 몸이 아플 때면
새들을 불러 크게 울어 주었다
내 집 뒤에
나무가 하나 있었다
비가 내리면 서둘러 넓은 잎을 꺼내
비를 가려 주고
세상이 나에게 아무런 의미로도 다가오지 않을 때
그 바람으로 숨으로
나무는 먼저 한숨지어 주었다
내가 차마 나를 버리지 못할 때면
나무는 저의 잎을 버려
버림의 의미를 알게 해주었다
- 류시화의《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중에서 -
* 때때로 이런 '나무' 같은 존재가 그립습니다.
여기저기 인생길을 기웃거리며 총총걸음으로 움직이지만
나무는 흔들리지 않는 우주의 중심처럼 늘 그 자리에 서
있습니다. 늘 그 자리에 뿌리 박고 서서 나를 지켜주고
받아들이는 나무! 말없는 자연의 스승입니다.
그것을 발견하는 시인의 눈도 위대합니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70 | 다이돌핀 | 김영교 | 2005.02.10 | 80 |
369 | 단풍 | 김영교 | 2006.11.25 | 318 |
368 | 당신으로 가득하기에/김영교 | 김영교 | 2007.11.07 | 127 |
367 | 당신으로 가득한 날 | 김영교 | 2005.03.04 | 84 |
366 | 대추 12/09/2008 | 김영교 | 2008.12.09 | 110 |
365 | 더 행복한 사람 | 김영교 | 2007.02.07 | 70 |
364 | 더 행복한 사람 | 김영교 | 2006.11.23 | 104 |
363 | 돈으로 살 수 없는것들 | 김영교 | 2007.09.30 | 115 |
362 | 돌아오지 않는 것 3가지 | 김영교 | 2003.08.07 | 112 |
361 | 동연에게 성탄 축하 | 김영교 | 2003.12.18 | 98 |
360 | 동찬씨 편지 | 김영교 | 2003.03.15 | 157 |
359 | 두 개의 얼굴 | 김영교 | 2005.01.23 | 128 |
358 | 두 죄수와 두 형제 | 김영교 | 2007.11.07 | 162 |
357 | 두꺼비의 번식 - 뱀과의 관계 | 김영교 | 2008.09.02 | 246 |
356 | 두레교회의 목표 (행20:17~21) | 김영교 | 2005.03.07 | 95 |
355 | 듣는ㄱ것에 | 김영교 | 2003.08.29 | 92 |
354 | 따뜻한 기억 | 김영교 | 2004.12.05 | 67 |
353 | 땀의 출처 | 김영교 | 2005.01.06 | 137 |
352 | 때에 따라 숙일줄도... | 김영교 | 2007.02.23 | 109 |
351 | 레인보 초대 | 김영교 | 2006.02.04 | 7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