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나무가 하나 있었다
나는 그 나무에게로 가서
등을 기대고 서 있곤 했다
내가 나무여 하고 부르면 나무는
그 잎들을 은빛으로 반짝여 주고,
하늘을 보고 싶다고 하면
나무는 저의 품을 열어 하늘을 보여 주었다
저녁에 내가 몸이 아플 때면
새들을 불러 크게 울어 주었다
내 집 뒤에
나무가 하나 있었다
비가 내리면 서둘러 넓은 잎을 꺼내
비를 가려 주고
세상이 나에게 아무런 의미로도 다가오지 않을 때
그 바람으로 숨으로
나무는 먼저 한숨지어 주었다
내가 차마 나를 버리지 못할 때면
나무는 저의 잎을 버려
버림의 의미를 알게 해주었다
- 류시화의《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중에서 -
* 때때로 이런 '나무' 같은 존재가 그립습니다.
여기저기 인생길을 기웃거리며 총총걸음으로 움직이지만
나무는 흔들리지 않는 우주의 중심처럼 늘 그 자리에 서
있습니다. 늘 그 자리에 뿌리 박고 서서 나를 지켜주고
받아들이는 나무! 말없는 자연의 스승입니다.
그것을 발견하는 시인의 눈도 위대합니다.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250 | 백우석의 줄기세포 | 남정 | 2006.01.06 | 166 |
| 249 | 첫 단추를 잘 채워야 | 김영교 | 2006.01.06 | 169 |
| 248 | 주는 우리에게 말씀하신다 | 김영교 | 2006.01.04 | 204 |
| 247 | 형체도 없는 것이 1 | 김영교 | 2006.01.03 | 148 |
| 246 | 행복한 사람과 불행한 사람 | 11-고부 | 2006.01.03 | 147 |
| 245 | 세상에서 장 무서운것 | 김영교 | 2006.01.02 | 128 |
| 244 | 한 날에 진정한 감사 | 김영교 | 2006.01.02 | 231 |
| 243 | 문우생일까지 챙기고 글은 언제쓰시나? | 갸우뚱여사 | 2005.12.18 | 160 |
| 242 | Facts about Water | patt Hyat | 2005.12.08 | 336 |
| 241 | 피아노를 껴안은 여인의 등은... | 김영교 | 2006.01.19 | 275 |
| 240 | 마음이 따뜻한 선물, 감자가 아니고... | 김영교 | 2006.01.23 | 165 |
| 239 | 풍경은 혼자 울지 않는다 | 김영교 | 2005.12.03 | 241 |
| 238 | 별 | 김영교 | 2005.11.29 | 143 |
| » | 나무 | 남정 | 2005.11.24 | 119 |
| 236 | 연하장의 설경 by 김영교 | 김영교 | 2005.12.17 | 155 |
| 235 | 눈이 되어 누운 물이 되어 | 김영교 | 2005.12.17 | 216 |
| 234 | 문우생일까지 챙긴 수필밤 | 김영교 | 2005.12.17 | 134 |
| 233 | 죽음, 그 미지의 세계 | 김영교 | 2006.01.22 | 126 |
| 232 | 부모라는 거울 | 고도원 | 2005.11.14 | 125 |
| 231 | 거꾸로 가는 교회들 | 회심11-5-05 | 2005.11.05 | 17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