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은 흘러 - 김영교


편한 신발을 신었습니다. 간단하게 짐을 꾸렸습니다.

교수님, 단풍이 장관을 이룬 Boston으로 향했습니다.

26일 새벽 6시 시월의 마지막 주말을 끼고 출발했습니다.


옛날 동부에서 공부할 때 그리 현란한 가을 색에 취해 빈번한 여행에의 유혹- 그 기억이 되살아났습니다.

가슴에 살아있는 그 가을하늘 만나러 여장을 꾸려 마침내 여로에 올랐습니다.


비가 추적거리던 Boston 공항 풍경 그 다음 날은 쾌청 그 다음 다음 날은 비 그 다음 다음 다음 날은 눈 눈 눈...

골고루 다 체감했습니다. LA에서도 특종 뉴스로 보도했다죠?


이곳 동부 눈사태 그 한 가운데 제가 있었다는 사실, 저의 존재감... 10월 29일 토요일이었나요? 폭설로 하얗게 숨어버린 세상에 저도 없었습니다. 생각이 텅 빈 무존재의 개념에  묻혀버렸습니다. 교통이 두절, 이정표도 도로 표시판도 함몰, 땅은 순백의 하이얀 눈 면사포의 신부. 매서운 바람이 털목도리 사이에 바늘처럼 꽂히는 오전, 불현듯 살아있는 게 기적처럼 통쾌하게 감사했습니다. 하늘은 더 맑고 푸르게 빛나 지상의 눈 빛에 반사된 아마 하나님 눈빛이 이렇지 않나 싶었습니다. 한없이 눈 부셨습니다. 나의 마이너스 시력을 교정, 회복- 깨끗한 기류에 눈이 씻겨 미세먼지도 탁한 마음도 덜어내어졌습니다. 동부 정경은 때론 엄한 어머니 표정입니다. 늘 정확한 일기예보를 경청, 엄격하게 철저하게 대비하여 등교시키는 어머니 말입니다.


뉴스 한 토막 있어요. 역사관광지 필드 trip 후 다들 시장했지요. 주말 호텔 Banquet 저녁식사 도중 5시간 정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요? 인내심은 가을 강에 푹 잠겼드랬습니다. 자가발전기로 한 테이블에서도 일부는 음식이 나왔습니다. 나누어 먹었습니다만 하마트면 포류할 뻔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서도 만남의 반가움도 있고 세미나, 이벤트 진행등 즐겁고 신도 났지요. 이화란 큰 배가 연륜과 함께 미래로 가고 있는데 정전이나 한 끼 굶는 것, 대순가요?. 이해의 강물이 내 안을 흘러들었어요. 이렇게 사람도 흐르고 세월과 함께.... 그 안에 작은 존재 나.... 예기치 않은 상황을 이해하는 마음이 옹줄한 자아를 나무랐습니다. 마음의 키가 자란 느낌이었습니다. 무존재에 존재의식이 회복되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일주일 만에 LAX에 밤 10시 30분 안착. 꿈같이 보낸 시간, 회상에 담아봤습니다.

1. Henry David Thoreau 의 Pond를 산책

2. Little Women 의 작가 Louisa May Alcott의 생가 방문.

3. 시인 Ralph Waldo Emerson의 생가 closing time 바로 직전 운 좋은 극적 방문

4. Hartford에 있는 Mark Twain의 생가와 Museum은 애석하게도 다음 기회로.

(떠나기 전, Mark Twain의 Forever 우표를 여러 장 수집해놓아서 덜 미안했다)

Birthplace of the American Revolution 본거지 Lexington Concord visiting Center의 The Minute man동상 앞에서 사진도 찍고 Harvard MIT 교정도 두루 관람, 관광을 겸해 제 삶에 찍고 또 찍고 유익한 흔적을 주워 모은 아주 좋은 과외수업이었습니다.


아직도 한 장 남아있는 달력 11월 첫 주말은 빅베어(Big Bear) 산장에서 받은 사랑을 세며 교수님 내외분을 그리워하겠습니다. 많이 배웠습니다, 네, 여행보다 더 좋은 스승은 없네요!.

끝없는 사랑의 언어, 그리고 문학 이야기에 긴 밤을 무사히 뜬눈으로 지세고 새 날 앞에 섰습니다. 네, 그리움은 흘러서 교수님이 계시는 가슴으로, 세계로....


퇴 5-22-2017( 묶은 글을 올리면서...홍교수님 내외분, 지금도 균안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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